오관(五官)은 외계를 지각하는 창(窓)이요, 정신을 미란케 하고 우울증·불안감을 만들고 재촉하는 것 역시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5가지 감각이다. 마음을 달래는 것은 곧 오관을 다스리는 것과 통한다. 아름다운 풍광이나 훌륭한 서화를 보아 눈을 즐겁게 하거나 마사지·지압 같은 촉압(觸壓) 자극으로 마음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다도(茶道)와 명상음악 또한 같은 이치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냄새를 맡아 그 자극을 이용하는 ‘향기요법’은 마음을 달래는 또다른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의 소재(식물 추출물)와 본능적 감각기관(코)을 결합시킨 ‘원초적’ 치유방법으로, 심신을 가장 조화로운 방법으로 다스리려는 것이다.

대체의학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한의학의 오랜 관심 영역이었고 최근 정신의학계에서도 스트레스나 심신 불균형 해소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생활건강·작업능률을 고려한 일반인들의 사용도 점차 늘고 있다.

향기요법의 소재는 향이 있는 식물의 꽃·잎·줄기에서 추출한 향유(香油)다. 냄새가 코 점막에 미치면 말초신경이 맡은 정보를 심장박동·혈압·호흡·기억·스트레스·호르몬의 균형 등과 관계된 ‘변연계’라는 대뇌 조직에 전달하고, 결국 뇌 신경전달 물질인 엔도르핀(endorphin)·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를 조절·촉진해 불안·우울·불면증 같은 스트레스성 장애나 통증을 줄이고 없앤다는 것이다. 나아가 과민성 대장증상, ‘신경성’ 위염·위궤양에 효험이 있고, 성기능 유발 호르몬인 페로몬(pheromone) 분비를 촉진시켜 성기능 장애 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향기요법은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살균·방부제로 이용했다고 하고, “매일 식물의 향으로 목욕을 하면 장수에 도움을 준다”고 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에서 그 뿌리를 찾기도 한다.

향은 방향제 외에도 목욕물에 타거나 향초 태우기·마사지 오일 등의 방법으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병’에 따라 종류를 달리 써야 하고,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 아로마테라피스트(Aromatherapist) 김종철 박사는 “긴장 완화에는 자몽·탄저린·제라늄, 정신 집중과 기억력 증진에 베이질·로즈마리, 스트레스 해소에 로즈·제라늄·버가몬트, 두려움 완화에 로즈, 수면(이완)에 라벤더·레몬처럼 상태에 맞춰 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오홍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에 자스민·네롤리, 불안에 마조람, 정신집중에 박하향이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

‘약효’가 있으면 ‘부작용’도 숨어 있는 법. 임신 3개월 이내인 임부, 저·고혈압이나 간질 환자·유소아·노약자 등은 향유를 안 쓰든지 철저히 가려 써야 한다. 과다량을 사용할 경우 피부·호흡기 점막·간·신장 등을 상하게 할 수 있고, 불면증 환자에게 페퍼민트 향은 금기다.

향기요법에 대해서는 시간·비용 절약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고, 보조적 치료수단에 불과하며, 완전한 의학적 공증을 받지 못했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몇몇 유럽 국가에서 특정 향유에 대해 처방전 없이 매매할 수 있는 의료품목으로 규정하는 등 향기요법은 점차 ‘대체의학’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류에 편입해 가는 추세다.

동물과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숲속 식물들의 ‘생존 본능’이 발산한 향을 빌려 쓴 것이 향기요법이다. 향기요법이 마음을 다스리는 즉효약은 아닐 것이다. 천연의 향은 은근한 향을 맡으면서 바쁜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산적한 일도 자기 능력의 한계와 일의 경중을 따져 순리대로 처리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닐까.

 

/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