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여에스더의 영양이야기<3편>-종합비타민제에도 질이 있다
입력 2005/11/03 10:12
하루 한 두 번 복용하는 종합비타민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값싼 건강보험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나에게 맞는 적절한 종합비타민제를 선택해야 할텐데요, 그렇다면 종합비타민제는 모두 똑같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답은 2003년 라일 맥윌리엄 박사의 영양보조제 비교연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기존의 관련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종합비타민제에 포함되어야 할 비타민, 무기질, 조효소 등 39가지의 영양소와 그 함량 기준을 정한 뒤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고 있는 500개 이상의 제품들을 비교하여 제품의 질을 점수화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100점 만점에 95.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이 있는가 하면 3.2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은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의 점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우선 어떤 원료를 사용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불순물이 많은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 제품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종합비타민제 뿐만아니라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제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등푸른 생선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추출할 때 수은이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제품도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은의 문제 뿐만아니라 생선에서 기름을 추출할 때 사용하는 유화제 역시 질이 좋은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두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양하게 그리고 적절한 비율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세영양소의 경우 한가지 영양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그 영양소와 상호작용이 있는 다른 영양소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연과 구리는 10대 1 정도의 비율로 들어가는 것이 좋으며 칼슘과 마그네슘은 1대 1나 2대 1 정도의 비율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칼슘은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지만 마그네슘의 5배 이상 섭취하는 경우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생체이용률입니다. 즉 똑같은 제품도 공정과정과 첨가물에 따라 흡수나 인체내 활성도에 차이를 보입니다. 비타민 C의 경우 플라보노이드가 첨가된 제제가 더 오랜 시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칼슘 제제의 경우도 붙어있는 염기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집니다.
네 번째, 베타카로틴, 비타민 C, 비타민 E 등 대표적인 항산화제 이외에 과일과 채소의 항산화 성분인 식물성 화학물질(phytochemical)이 얼마나 다양하게 들어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녹차의 카테킨, 포도의 보랏빛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이나 안토시아닌, 토마토의 라이코펜 등이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을 가진 식물성 화학물질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분은 합성한 것이 아니라 천연 그대로 추출한 제품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식물성 화학물질의 경우 화학적으로는 똑같은 성분이라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경우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토마토입니다. 하루에 200g 정도의 토마토를 매일 먹으면 전립선암의 위험이 45% 정도 줄어듭니다. 바로 토마토의 붉은 색소성분인 라이코펜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라이코펜을 화학적으로 똑같이 만들어 복용하면 전립선암이 예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라이코펜이 아니라 토마토 속에 들어 있는 천연의 라이코펜이 전립선암의 발생을 줄입니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토마토 자체를 먹는 것이 가장 좋으며 불가능하다면 토마토에서 그대로 추출한 천연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장기능을 조절해주는 성분,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는 성분,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의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성분들의 유무와 함량도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종합비타민제란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이고 각종 식물과 과일에 들어 있는 알록달록한 색소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여러 가지 식물성 화학물질이 충분히 포함된 것이어야 합니다. 이제 종합비타민제는 단순한 영양소 결핍증의 예방 수준이 아니라 항산화 효과, 적절한의 대사기능, 해독효과 그리고 여러 가지 만성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품의 차이 외에도 종합비타민제를 선택하실 때는 몇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흡연자의 경우 합성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많으면 폐암발생 위험을 더 높일 수 있으므로 고용량의 베타카로틴 성분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천연상태의 베타카로틴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빈혈이 없는 노인의 경우, 철분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제는 혈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해 보이는 영양제도 자신의 식습관과 건강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복용해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복용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