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도 그런 경우가 흔한 편인데, 발기부전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 상담실에는 환자들로부터 ‘약효가 없다’는 항의성 문의전화가 하루에 8통 정도 온다고 한다. 이들 환자에게 약을 어떻게 복용했는지를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의사에게 처방받은 용량의 약을 반으로 쪼개 먹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약 복용과 관련해 환자들이 가장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약을 반만 먹으면 약효가 반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약물이 이른바 ‘약발’을 내려면 최소한 일정 용량 이상을 투여받아야 하는데, 이를 ‘최소유효량’이라고 한다. 이 최소유효량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여된 약물은 혈액 내로 흡수되어 약물이 작용하는 신체부위,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라면 음경해면체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최소유효량이 투여됐어야만 작용 부위의 혈중 약물 농도가 일정치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약리작용이 일어난다. 따라서 최소유효량보다 적은 용량을 투여하면 그만큼이라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약발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약물이 개발돼 환자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약물의 용량은 약효가 적절히 발휘되면서 부작용은 적게 일어나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시판할 때 권장 용량은 이런 약물의 유효량에 맞춰 설정된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이나 기대에 따라 약을 임의로 쪼개 먹거나 적게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김철중 기자 docto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