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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요법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에선 남성 갱년기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의학자도 많다.
최근 방한한 남성 호르몬 보충요법의 세계적 대가 존 몰리 박사(미국 세인트루이스 의대 노인의학부 학과장)를 만나 남성 호르몬 요법의 필요성과 부작용에 대해 ‘공격적’으로 인터뷰했다.
―남성 갱년기는 호르몬 생산 제약사들이 만든 작위적(作爲的) 개념이 아닌가?
“여성처럼 급격하지는 않지만 호르몬 감소로 인한 증상이 분명히 나타나며, 이런 증상은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좋아진다. 평균 수명이 50~60세였을 때는 호르몬 감소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누구나 노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70~80세, 심지어 100세까지 사는 시대여서 노화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다. 이처럼 노년의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남성 갱년기란 말이 생겨났고, 호르몬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2003년 하버드 의대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 갱년기 극복을 위해 100만명 이상이 남성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롬 그루프먼 교수로 기억하는데, 그는 노화학자가 아니라 감염학자다. 에이즈 연구 분야에선 매우 저명하지만 남성 내분비 분야는 전문가가 아니다. 당시 인용한 수치도 많이 틀려 내가 다시 반박했다. 현재 미국 내분비학회, 노화학회, 비뇨기과학회에선 갱년기 증상이 있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경우엔 호르몬 치료를 권장하는 추세다.”
―여성과 비교할 때 남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매우 가볍다. 이 정도는 운동, 금연, 절주 등 생활습관 교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데, 구태여 부작용을 감수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지나친 스트레스, 음주, 흡연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려 남성 갱년기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경우엔 운동, 절주, 금연 등 좋은 생활습관으로 어느 정도 갱년기 증상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호르몬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엔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성욕 감퇴, 근육량 감소 등을 겪는 모든 40세 이상 남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나?
“아니다. 증상이 뚜렷한 사람 중 호르몬 투여시 수치가 높아지고, 중지했을 때 수치가 낮아지는 사람이 치료 대상이다. 한국의 경우 100만명 이상의 남성이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은 2000~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 의학이 보다 편안하고 활기찬 노년을 지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는데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즉시 성욕이 생기고 근육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만 전립선암 등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호르몬 치료 옹호자조차 장기적 안전성에 대해선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아직 불충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에스트로겐 보충요법의 경우 유방암을 증가시키지만 골다공증 예방 등 긍정적 효과가 더 많아 많은 여성이 유방암 위험을 감수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성 호르몬 치료의 여러 가지 효과는 이미 알려졌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안전성과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제어하지 못할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