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14
三代가 같이 사는 집이 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집안으로 조부모께서 1층 내실을, 부모님은 건넌방을, 그리고 손자 내외와 형님 내외는 2층에서 독립된 방 한 칸씩을 쓰고 있다. 조부께서 일찍 취침을 하시는 내실의 바로 윗층의 방에 신혼살림을 차린 손자 내외가 직장에서 돌아와 부부간에 애정을 표출할 때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신혼의 하룻밤이 시간이 짧기만 한데 고조되는 흥분기에 떠오르는 바로 아랫방에 주무시는 조부모님의 모습은 여린 손자의 마음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기를 6개월. 진료실에 나타난 손자의 표정은 어둡기 짝이 없다. 27세의 건강한 남성이 묘사하는 三代가 같이 사는 집에서의 신혼살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건 시트콤의 한 장면에 다름이 아니다.
우선 기본적인 배경질환 검사에서 전혀 이상소견이 없는지라 다른 정밀검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넌지시 신혼 부부의 결혼 이후의 바깥 나들이에 대해 물었더니 반색이다.
“휴일에도 식구들이 다같이 움직이는데요?”
신부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도록 제안하고 치료제는 기본적인 혈류개선제를 사용하였더니 한 달 후에 나타난 손자의 얼굴엔 희색이 만면. 인위적인 치료를 더 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었고, 그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었는가 인식하게 된 것만으로 자신감을 되찾기에 충분하였다.
현명한 우리 선조들께서는 이러한 연유로 2층집을 짓지 않고 단층집에서 三代, 四代가 다같이 화목하게 사셨을 거라고 한마디 하고선 함께 웃었다.
이번엔 또 다른 三代가 같이 사는 집안의 할아버지 이야기다. 맛벌이 손자 내외가 수시로 아이를 맡기고 다니니 할머니는 손자 보아주는 재미에 밤에도 건넌방에 가서 돌아오질 않는다. 할머니는 일찌감치 자궁적출술을 받았지만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10년 넘게 부부생활에 지장은 없던 터에 최근에 손자녀석 때문에 벌어지는 뜻하지 않은 별거생활이 짜증스럽다. 마음이 동하는 날엔 할아버지는 혼자요, 가끔 할머니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날이면 신경써서 해본다는 것이 실패이기를 3개월.
“이거 원, 내 생활이 망가져 버렸네요...”
할아버지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는 치료를 기대하고 진료실에 들어섰다. 사실 치료가 필요 없는 정상적인 노년기의 남성임을 느끼면서 경구 치료제를 몇 번 사용하였고 그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필자는 할아버지께 부부간의 성문제 이야기를 화제로 생활을 다시 바꾸어 보도록 제안하였다. 약물복용 없이도 이전의 부부생활로 돌아 갈 수 있는 자연스런 일상생활을 위해 부부간에 요즘의 생활의 문제점을 대화로 풀어보기로 했다.
현대사회라고 해서 三代가 같이 살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대가족이 어우러져 살면서 정을 느끼고 집안의 화목을 이루는게 더 아름다운 삶일 수 있다. 현대사회로 발전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이 변한 만큼 부부간의 성생활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동반될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새로운 三代 文化는 사랑도 함께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비뇨기과의사가 전하는 성의학 진료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