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06
내분비생리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키가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유전적인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노력으로 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뇌하수체’와 성장 호르몬의 하루 분비 주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질환에 그 답이 있다.
1. 뇌하수체
뇌하수체(pituitary gland)는 호르몬과 관련한 다양한 축(HPO axis) 가운데 하나로 시상하부의 아래에 위치한다. 길이 9~11mm의 ‘땅콩 알갱이’ 모양으로 비록 작지만, 많은 내분비 장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뇌하수체는 크게 앞엽과 뒤엽으로 나뉜다.
‘뇌하수체앞엽’에는 혈관이 많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조절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뇌하수체앞엽에 전달되면 뇌하수체앞엽은 6종류의 ‘자극 호르몬(tropic hormones)’과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MSH)을 분비한다. 이 자극 호르몬들이 내분비조직이나 내분비샘(표적 장기)에 도착하면 특정 호르몬들이 만들어지고, 효과를 나타낸다. ‘뇌하수체뒤엽’은 앞엽과 달리 호르몬을 만들지 않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뇌하수체뒤엽에 저장된 호르몬은 ‘항이뇨호르몬(ADH)과 옥시토신(OT)’이다.
‘자동차 회사’를 비유로 들어 쉽게 설명하면, 뇌하수체는 ‘본사’다. 사장님(뇌하수체)은 본사(앞)에 차량 생산을 지시(조절 호르몬)할 수 있고, 미리 만들어진 주문서(ADH, OT)를 본사(뒤)에 보관할 수 있다.
본사(뇌하수체)의 앞쪽 부서는 지역에 있는 ‘성장판(GH), 갑상선(TSH), 부신(ACTH), 성선(FSH, LH)과 젖샘(PRL)’ 공장으로 주문서를 전달한다. 본사의 뒤쪽 부서는 사장님이 직접 준 주문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콩팥(ADH)과 젖샘(OT)’ 공장에 내려보낸다.
2. 성장 호르몬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 GH)’은 뇌하수체앞엽에서 합성, 분비되는 대표적인 자극 호르몬이다.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기 위해서는 시상하부의 성장호르몬분비호르몬(GHRH) 자극이 필요하다.
성장 호르몬은 ‘뼈대와 근육 계통의 세포 성장과 분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가 성장판으로 알고 있는 긴 뼈(long bone)의 뼈끝판(epiphyseal plate)을 자극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여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성장 이외의 대사 작용으로는 혈중 지방산과 혈당 상승, 그리고 전해질 재흡수 촉진 등이 있다.
성장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으로는 거인증과 난쟁이증이 있다. ‘거인증(giantism)’은 아동기에 성장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발생한다. 반대로 ‘난쟁이증(dwarfism)’은 아동기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성장 호르몬 수용체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만약, 사춘기가 지나고 성장판이 닫힌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면 ‘말단비대증(acromegaly)’이 나타난다. 말단비대증 환자는 연골과 연조직이 자라서 턱이 길어지고, 얼굴 윤곽이 투박하고 손발이 커지며 등이 굽게 된다. 뇌하수체에 선종(pituitary adenoma, 본사 문제)이 있는 경우 약 20%에서 말단비대증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 호르몬의 합성과 분비는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어린이 시기와 10대에 절정을 이룬다. 어른이 되어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가 되면 분비량은 점점 줄어든다. 성장 호르몬의 하루 분비 주기를 살펴보면 오후 4~5시와 10~11시, 오전 1~2시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또한, 성장 호르몬 방출의 가장 큰 박동은 ‘수면 후 2시간’에 일어난다.
사랑하는 자식이 큰 키로 성장하는 것은 욕심일까? 본인의 식생활에 따른 영양 상태와 타고난 유전적인 요인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주기와 특성’을 고려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취침시간과 수면시간’을 실천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