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21
혈액생리, 적혈구 대사
적혈구(erythrocyte ; RBC)는 혈액 유형 성분(formed element)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혈구는 조직과 허파 사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역할(산소를 실어 나르는 트럭)을 하고 있지만, 세포핵과 세포소기관이 없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세포’는 아니다.
1. 적혈구의 모양과 헤모글로빈
정상적으로 다 자란 적혈구는 지름이 약 7.5㎛이고 위아래가 ‘오목한 원반’ 모양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어 좁은 모세혈관도 통과할 수 있고, 단순한 공 모양보다 표면적이 넓어 산소와의 접촉에도 유리하다. 적혈구의 63~64%는 물, 33~34%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그리고 지질, 전해질, 효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 속에 들어있는 색소단백질로 산소와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이 있다. 헤모글로빈은 혈액 100mL에 남자는 약 16g, 여자는 약 14g이 들어있고,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빈혈 수치(피검사)이다. 헤모글로빈 분자는 4개의 ‘글로빈’이라는 단백질 사슬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사슬은 하나의 ‘헴’(heme, 철을 품고 있는)을 둘러싸고 있다.

2. 적혈구의 생활주기
적혈구를 만들기 위한 헤모글로빈 합성에는 철(Fe), 칼슘, 비타민 B12, 엽산(folic acid) 및 단백질 등이 필요하고, 이들은 음식을 통해 공급된다. 골수(bone marrow)에서 이들 재료를 이용하여 적혈구가 만들어지고,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간(liver)과 지라(spleen)에서 처리된다.
① 철(Fe)은 대부분 붉은색 고기, 콩, 시금치 등에 들어있고 소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철은 트렌스페린(transferrin)이라는 수송단백질과 결합하여 혈액을 거쳐 골수로 이동한다. ② 골수에서 헤모글로빈의 헴 그룹이 만들어진다. 필요 이상으로 흡수한 철은 페리틴(ferritin)이라는 구형 단백질로 싸여 간(liver)에 저장된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 정도인데,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③ 간(liver)이나 지라(spleen)에서 큰포식세포(macrophage)에 의해 잡아먹힌다. 탐식된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은 빌리베르딘(biliverdin)을 거쳐 빌리루빈(bilirubin)으로 바뀐다. 간은 빌리루빈을 대사시켜 담즙을 만들고 소화기관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시킨다. ④ 이 때 분리된 철(Fe)은 페리틴(ferritin)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일부 저장되고, 글로빈(globin)은 분해되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일부 재활용된다.

적혈구를 ‘산소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라 생각해보자!
트럭을 만드는 공장(골수)이 있다. 트럭은 특이하게 4개의 엔진(헴)과 네 개의 바퀴(글로빈)로 구성되어 있다. 트럭의 수명은 120일로, 수명을 다하면 폐차장(간, 지라)에서 업자(큰포식세포)에 의해 분해된다. 엔진(헴)을 뜯어내고 엔진자체(철)와 그 속에 있는 오일(빌리베르딘)을 분리한다. 엔진자체와 오일은 작업을 거친 후 재활용(페리틴)하거나 버리게(빌리루빈) 된다. 네 개의 바퀴(글로빈)도 분리하여 정비한 뒤 일부는 다른 트럭(헤모글로빈) 만드는 데 재활용한다.
3. 빈혈과 황달빈혈(anemia)은 적혈구의 수가 정상보다 작은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 적혈구 수가 부족하면 조직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고, 억지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 빨리 뛰게 되고 호흡도 빨라진다.
위의 비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빈혈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생불량빈혈(aplastic anemia)은 독소, 방사선 등에 의한 골수 손상(공장)이 원인이고, 철결핍빈혈(iron deficiency anemia)은 철의 섭취와 흡수 부족(재료)이 원인이다. 또한, 낫적혈구빈혈(sickle cell anemia)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적혈구의 모양이 비정상(불량품)으로, 이 적혈구는 혈관을 통과하면서 부서져 버린다.
황달(jaundice)은 혈액의 빌리루빈 농도가 증가하여 눈의 공막, 피부가 황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보통 간 기능 저하, 담도폐쇄(biliary atresia) 및 과도한 용혈(hemolysis)이 일어나면 나타난다. 위의 비유에서 ‘엔진오일 처리’ 과정을 생각해 보자! 정비소에서 엔진오일을 처리하는 관이 막히거나, 양이 많아서 차고 넘친 다면 오염의 문제(황달)가 생길 수 있다.
신생아 황달(neonatal jaundice)은 용혈성 황달(hemolytic jaundice)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생후 첫 주 내(생후 2~3일)에 만삭아의 약 60%, 미숙아의 약 80%에서 관찰된다. 산모의 뱃속에 있는 태아는 탯줄을 통해 엄마와 한 몸처럼 연결되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출산하면 탯줄은 잘리게 되고 스스로 숨 쉬고 젖을 물게 된다. 이 때 신생아의 몸에는 엄마의 적혈구가 남아 있다가 파괴(용혈)된다. 하지만 신생아의 간은 아직 빌리루빈을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황달이 발생하는 것이다. 황달은 정도에 따라 광선치료(phototherapy)를 하는데, 광선치료는 빌리루빈의 변형을 가져와서 간의 대사를 거치지 않고 위-장관과 콩팥으로 배설할 수 있게 하는 치료이다. 신생아 황달은 며칠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황달이 지속되고 심해진다면 검사를 통해 담도폐쇄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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