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05
올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는 C모양은 남다른 고민에 어제도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고 한다. 이유인 즉, 남들처럼 돌출되지 않고 안으로 꺼져 작은 구멍만 보이는 유두 때문이었던 것. 때로는 작은 구멍 속에 불순물이 끼어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하였지만 그 동안 누구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결혼을 앞두고 출산 후의 수유가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점검을 받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심한 함몰유두로 인해 내부에 흰색 찌꺼기들이 잔뜩 축적되어 있었다. 최근 날씨도 점차 더워지면서 C양의 유두는 염증이 생길 조짐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 동안 얼마나 벙어리냉가슴으로 고민해 왔을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가슴조직도 거의 발육이 안되어 있어, 가슴확대수술에 대해서도 넌지시 권유를 해보았다. 한동안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배우자와 상의를 한 후 가슴확대수술과 함몰유두 교정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수술 후 달라진 모습에 당사자는 물론 배우자 모두 흡족해 하며 병원문을 나섰다.
C양의 경우처럼, 최근에는 수술 받는 여성이 수술부위나 수술결과에 대해 배우자 혹은 예비배우자와 진지하게 상의하는 풍경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간혹 약혼자나 남편이 직접 수술 당사자와 동행할 경우, 동행한 배우자 앞에서 당사자가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밝히거나 반대로 배우자가 수줍은 당사자의 대변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는 소가족 중심으로 변화된 가족제도의 영향이 크겠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중요한 자신의 반쪽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근간을 이룬 것이므로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간혹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수술을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게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원하지 않는 성형수술을 받을 경우 당사자의 수술 후 만족도가 형편없이 낮다고 한다. 결국 성형수술은 자기 만족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수술결과가 얼마나 성공적이냐 와는 관계없이 수술을 받는 당사자에게 아무런 행복감이 없다면 시행할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존재는 본능적으로 외롭고, 젊은 시절 불같이 타오르던 사랑도 결국엔 식어 재가 되며 냉철하게 말해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혼자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지긋한 여성 환자들과 대화할 때면 간혹 이러한 감정이 환자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읽혀진다. 그들에게 있어 모든 성형수술의 목적과 지향점은 오로지 자기 미(美)에 집중되어 있으며, 자신이 수술 결정권자인 동시에 재정지원자이다.
이렇듯 철저하게 자신의 행복을 목표로 움직이는 것도 지치기 쉬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여성으로서 현명한 자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본능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사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 지는 마음이 교차한다.
다음 환자는 어떤 생각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을까. 자신의 몸에 대한 애정도 좋지만, C양처럼 병원 문을 나설 때 좀 더 소중한 것을 얻고 돌아갈 환자였으면...하고 소원해 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아름다운가슴을 꿈꾸는 이들의 사연과 숨겨진 가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