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14

봄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황사가 없는 주말이면 반팔 티셔츠에 긴 남방을 하나 걸치고 새벽부터 온가족이 봄나들이를 나선다. 지난 주는 오랜만에 동물원을 방문했는데, 오전에는 동물들을 구경하고, 사슴 먹이도 주다가, 오후가 되어 사람이 많아지고 더워지자 조약돌 냇가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눈부신 햇살에 냇가 전체가 빛이 나는 듯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햇빛이 정말 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불행히도 햇빛은 눈에게 치명적인 질환을 많이 일으킨다. 자외선이 원인으로 생각되는 가장 대표적인 눈병은 백내장이지만, 익상편이나 각막 주변부가 하얗게 변성되는 노인환도 자외선이 주범이다. 서양 노인 실명 원인 1위인 노인성 황반변성도 자외선이 원인이다.

  
   < 익상편/군날개, pterygium >                                         < 노인환, arcus senilis >

자외선 뿐 아니라 가시광선, 적외선 등을 포함한 햇빛 자체도 눈에 해를 준다. 보안경을 쓰지 않고 용접을 했을 때 생기는 소위 ‘용접 아다리’는 강한 빛으로 인해 눈이 손상을 당하는 것이다.

봄은 햇빛과 자외선이 가장 강한 계절이므로 방심해서는 안된다. 여름이 가장 자외선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지인 6월 22일이 낮이 가장 길기 때문에 자외선도 가장 강하다. 지구는 태양빛을 머금고 있다가 서서히 방출하여 기온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하지가 지난 후인 7-8월이 가장 덥고, 동지(12월 22일)이 지난 1-2월이 가장 춥다. 하지를 전후하여 한두 달이 자외선 노출이 가장 심한데, 이 때문에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생겼다.

우리 가족이 먹이를 준 예쁜 눈의 사슴들은 속눈썹이 매우 긴데, 긴 속눈썹은 햇빛과 자외선을 차단하여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낙타와같이 사막에 사는 동물의 속눈썹이 모래 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유명한 상식이다. 사람의 속눈썹도 낙타나 사슴보다는 짧지만, 눈을 보호해 주는데, 햇빛이 위에서 비치기 때문에 위속눈썹은 길고 아래 속눈썹은 짧게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햇빛의 난반사가 심해지는 바닷가, 냇가, 스키장 등의 설원같이 아래에서 비춰올라오는 빛이 많은 곳에서는 눈에 손상을 입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별로 길지도 않은 속눈썹에게만 햇빛을 가리는 역할을 다 맡길 수는 없는 법.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가장 햇빛이 강한 계절인 봄, 눈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흔히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눈이 완전히 보호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품질이 좋은 선글라스도 자외선 차단효과가 60-70% 정도밖에 안된다. 알의 크기가 작거나 품질이 조악한 경우 차단효과가 더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글형이 아닌 선글라스들은 옆으로 난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챙이 넓은 모자를 함께 착용하여야 보호효과가 충분해진다.


가장 좋은 선글라스는 잘 보이면서도 눈에 해로운 빛을 차단해주는 것이다. 물론 너무 보기 흉하거나 무거워서 착용하기 불편해서도 안되겠다. 유리 렌즈는 가장 선명한 시야를 보장해주고 흠집이 잘 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무겁고 사고가 났을 때 위험할 수가 있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렌즈는 가볍고 기능도 좋지만, 함부로 다루게 되면 흠집이 잘 생기기 때문에 주의하여 다루어야한다.

피부과 전문의 한분이 레이저 시술을 하려고만 하면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호소를 하여 정밀 검사를 받았다. 복잡해 보이던 증상의 원인은 간단하게도 레이저용 고글이었다. 고글의 렌즈에 흠집이 너무 많아서 뿌옇게 잘 안 보였던 것. 고글을 바꾼 후 증상이 없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선글라스를 살 때, 자외선 차단 정도(UV protection)가 명시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렌즈에 흠집이 없는지를 잘 살펴보고, 또한 울퉁불퉁하지는 않은지 등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 패션감각에도 신경을 써야하겠지만, 잘 보이는지에도 신경을 써서 골라야한다. 잘 보인다하는 것에는 색감각도 포함된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속담이 있듯, 선글라스를 착용하게 되면 색감각이 바뀔 수 있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 운전 중 도로표지판을 봐야하는 경우 붉은 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면 신호등을 잘못 봐서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 가장 색감을 잘 유지 시켜주는 선글라스의 색은 회색이고, 갈색이나 녹색의 렌즈도 색감을 많이 변화시키지 않는다. 노란색의 렌즈는 눈에 해롭다는 청색 광선을 막아주는 좋은 역할 외에도, 대비도(contrast)를 높여준다. 대비도가 높아지면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운전이나 사격, 골프 등의 운동시에 착용을 하면 좋다.


선글라스의 색이 짙어지면 동공이 커져서 주변부로 들어오는 자외선에 더욱 취약해지고, 약간만 햇빛이 약해져도 시야가 어두워져서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색이 짙다고 자외선 차단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므로 너무 색이 짙은 선글라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거울처럼 코팅이 된 선글라스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빛을 반사하여 선글라스 자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줘 시원한 장점이 있다. 이 거울 코팅의 색은 선글라스 색과 무관하다. 즉, 보라색 거울코팅이 되어있지만 갈색 선글라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거울 코팅 선글라스는  일반 선글라스보다 투과되는 빛의 양이 적어서 시야가 어둡게 되므로 주의깊게 골라야한다.


난반사가 많은 곳에서 유용한 편광렌즈 선글라스는 LCD 모니터를 볼 때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용도를 잘 구별해서 착용하는 것이 좋다. 난반사가 많은 곳으로는 바다나 물가, 긴 아스팔트 길 등이 있다. 스키용 고글로는 편광렌즈가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데, 난반사를 막아주어 좋기는 하지만 빙판이나 모글 등을 구별하기 힘들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봄철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는 편광렌즈가 유용하다.


아이들의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어른보다 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경우 좋은 선글라스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선글라스를 잘 보관하고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몇 번만 사용해도 흠집투성이가 되어 저급한 재질의 선글라스보다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아이들은 잃어버리기거나 깔고 앉는 등 파손도 잘 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목걸이형으로 걸어주고,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교육을 잘 해야한다.


필자의 봄나들이 가족 사진은 별로 쓸만한 것이 없다. 세 아이들 모두 썬크림을 듬뿍 발라주는데, 덕분에 모든 얼굴이 가부끼 분장을 한 것 같진다. 거기다가 포인트로 손자국까지! 얼룩덜룩 얼굴에 모자와 선글라스로 눈까지 가려버리면 완전 엽기 가족 사진이다. 그래도 웃으며 찍은 봄 나들이 사진을 30-50년 후 노인이 되서도 두고두고 보려면 눈을 보호해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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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의 눈이야기

[이안안과]
임찬영 대표원장

이안안과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세브란스병원 각막&시력교정 분야 연구강사
동경 이치가와병원 각막센터 연수
Duke University Eye Center 연수
건국대학교 병원 안과 교수, 각막&시력교정 분야

이안안과 대표원장이 전하는 눈질환에 관한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