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20
진료상담 중에 한숨을 쉬며 눈물을 내비쳤다. 아이가 또래보다 너무 작아 속이 상하다는 것이다. 평균 보다 10cm 정도 작다. 맞벌이를 하느라 갓난아기 때부터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맡겨놓았었다. 3살 때 할머니가 편찮아서 데려왔는데 형편이 안 돼 다시 이모집에 맡겼다가 또 얼마 안가 할머니에게 다시 맡겨 키웠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이곳저곳에서 크다 보니까 불안하고 초조한 탓인지 항시 자다가 깨곤 했다.
형편이 좀 나아져서 어떻게든 데리고 키워 보려는 맘에 가까스로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부모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 습관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잠귀가 너무 밝아 조금만 부스럭 소리만 들어도 벌떡 일어날 정도 이다. 새벽일 나가는 아빠를 항상 배웅하듯 새벽 4시만 되면 꼭 깼다가 다시 잠을 자곤 했다. 잠을 자면서도 잠꼬대를 자주 한다.
깊은 숙면을 해야 잘 자랄 텐데 자는 모습만 봐도 키가 안 클 것 같다고 부모의 원죄 탓하기만 하다가 잠만이라도 잘 자게 해달라고 애원을 한다.
지나친 불안감, 공포감, 열악한 가정환경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면 분리 장애 혹은 분리 불안증이 생길 수 있다.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면서 자라는 경우엔 낯선 환경 탓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엔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며 우울감도 생길 수 있다.
이유 없이 무서워하거나 자주 놀래는 경우도 있다. 자주 깨고 깊은 숙면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수면장애까지 나타나면 항상 피곤하고 의욕도 떨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하게 된다.
한방에서는 이런 경우 나타나는 징후에 따라서 ‘심혈허(心血虛)’ ‘심담허겁(心膽虛怯)’ ‘심신불교(心腎不交)’ 등의 변증을 하고 치료를 한다.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는 아이는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한방에선 대개 뇌와 심장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이나 호르몬의 부족이 원인이라고 보고 ‘심혈허’라는 진단을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임상 특징은 정신적인 문제 이외에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만성 설사와 같은 위와 장의 기능이 약한 경우가 흔하다.
겁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을 ‘담력이 약하다’ ‘쓸개가 빠졌다’ 라고 표현하는 이면에는 바로 쓸개 즉 담(膽)의 정신적인 기능을 엿 볼 수 있다. 심혈허와 담력이 약해진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이 바로 귀비탕, 온담탕이다. 두 가지 처방이 모두 정신적인 안정과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요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신학기가 되면 공부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식욕부진으로 시작하다가 점차 과민성 설사, 불안 초조 강박증 틱 등등 다양한 증상으로 진행이 된다.
현대 사회는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간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금세 또래들과 차이가 많이 생긴다. 청소년기에 느끼는 중압감과 압박감은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정서적인 장애가 있다면 조기에 해결하고 치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신경증으로 성장클리닉을 방문한 이 아이의 경우엔 귀비탕을 위주로 한 귀비성장탕을 처방 하였다. 비위도 건강해지면서 숙면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개월 정도 치료 후에 방문하였을 때는 잠도 깊게 잘 자고 혼자 집도 보는 정도로 변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불안 심리는 가능하면 조기에 해결을 하는 것이 키성장에도 좋다.
/기고자 :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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