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6

▲ 건물 외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명가의 내공
솔직히 말하자면 평양 냉면집의 지존은 없다.(함흥 냉면의 경우는 냉면 마니아들 간에 어느 정도 묵시적 합의는 있지만)

전통적인 유명 냉면집들마다 면에 사용되는 메밀과 전분의 비율 차이라든가, 육수를 양지머리로 만들었는지, 닭고기 우려낸 걸로 했는지 아니면  동치미 섞는 비율을 얼마로 했는지 등이 다 다르다. 이 때문에 애호가들의 호불호(好不好)만 있을뿐 어느 집이 최고라고 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식당벽 곳곳에는 식당의 유구한 역사를 웅변하는 빛바랜 사진들이 걸려있다
내가 선호하는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면발이 거칠고, 입술만으로도 면이 툭 하고 끊어질 정도로 점도가 높은 곳이다. 여기에 욕심을 좀 더 내자면,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 트림이라도 나올 때 위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메밀 향이 은은히 구강점막을 간지럽게 한다면 일단 면은 합격이다.

육수는 맑아야 하고, 너무 싱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간이 세지 말아야 한다.  만에 하나 조미료같은 첨가물이 느껴진다면 내심 우울증이 도지게 되는데, 그건 어렵게 얻은 애인이 칼을 댄 성형 미인으로 드러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레스토랑 별 갯수는 레스토랑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 면 삶은 물이 마치 조선간장처럼 검고 진하다
별 하나는 지나가다 있으면 들러볼 만한 식당이고, 별 두개는 여행 스케쥴을 변경해서라도 반드시 들러야 하고, 별 세개는 그 식당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해야 할 정도의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자나 세칭 음식평론가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별 숫자를 메기는 정도라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평가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나의 경우엔 여행도 여행이지만 간혹 지방의 부음소식을 접하면 -망자나 유가족들에겐 너무 죄송하다-  마음 한편으론 기쁠 때가 있다. 평소 가보려고 벼르던 지방의 유명 식당들을 이번 기회에 갈 수 있다는 매우 단세포적이고 이기적인 희망 때문이다. 솔직히 상가(喪家)의 음식이란 배탈 안나면 다행일 정도의 수준이기에 식사를 하고 왔다는 하얀 거짓말을 하고는 발빠르게 상가를 뜨곤 하였다.

▲ 닭백숙. 퍽퍽하지도 그렇다고 물컹거리지도 않다. 적당한 간이 배여있어 따로 소금을 찍어 먹지도 않아도 된다

이렇게 찾은 대전의 숯골 원냉면은 그런 결례를 스스로 용서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다.

▲ 면의 메밀 함량이 높아 질감이 거칠고 거무튀튀하다. 육수도 달콤 짭쪼름하다
평양 냉면의 지존이란 없다고 서두에 언급했지만, 숯골 원냉면 집이야말로 한수(漢水) 이남 최고의 지존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136-2
042-861-3287

물냉면 6000원  비빔냉면 6500원   닭백숙 2만5000원 닭도리탕 3만원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


입력 : 2006.06.22 09:09 43'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닥터Q의 맛기행

[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석창인 원장

현 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석창인 원장과 함께 떠나는 건강 맛기행 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