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01

제목  2006 춘마의 진정한 우승자는 바로 우리
 
이름  이병호       
 
날짜  2006/10/18 19:17:17

안녕하십니까?
2001년 춘마에서 1m 1원 운동을 펼쳤던 장본인입니다.조용히 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이지만,이번 운동이 좀더 성황리에 마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2001년 이 운동을 펼칠때, 저와 저의 동호회(스키114) 회원들은 마라톤의 '마'자도 몰랐었습니다.  당시는 춘천 마라톤 대회를 3개월을 앞두고 대회 신청서를 받았었는데, 모두 마라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침 백혈병 수술을 받은 스키 국가대표선수(황준남, 당시 단국대 1년, 2003년 사망)가 있어서, 이 선수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시작하였습니다.

2001년 춘마에는 지금의 풀코스와 더불어 10km 부분도 있었습니다. 마라톤을 통한 성금 활동에 참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10km 또는 풀코스 부분에 참가하여 완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렇게 참가 신청한 사람들에게 회원들이 후원자(써포터)가 되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즉 달리기로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성금으로서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으로. 

풀코스 부분에는 7명이 참가 신청을 하였고, 10km 부분에는 10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한 17명은 조금의 성금이라도 더 모여지기를 바라며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풀코스 부분에 참가한 어떤 달림이는 출발전 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6시간 30분 동안 달려 골인했습니다.

제한 시간이 지나 신호등을 일일이 지켜가며 골인하였답니다. 후에 이 친구는 '신호등 지킴이'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과 17명은 모두 완주하여 자신의 몫을 다했고, 또 성금 기부를 약속했던 회원들은 모두 약정한 성금을 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당시 골인 지점 1km를 남겨 놓고 소위 쥐가  네번이나  나서 나중에는 춘천 운동장 트랙에서 주저 앉고 말았는데 마침 옆에 있던 시민의 부축으로 겨우 일어나 골인하였습니다. 당시 시간은 3시간 58분 05초.

가족의 소사를 하나 말씀 드리면 제 아내는 2000년 11월 대장암 3기로 대장 절제수술을 받았었습니다. 항암 주사를 맞는 등 열심히 치료를 받고 또 노력한 덕분에 2005년 11월 대장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완치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제가 제가 마라톤을 계속함으로써 얻은 정신과 의지 그리고 육체적 건강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01년 이후 매년 저는 아내와 춘마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아내는 걷고, 저는 달렸습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걷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지 모릅니다. 아내가 지금 이 세상에 없다면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춘마에서도 달리고 난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운전을 아내에게 맡기고 저는 달콤한 꿈나라로 갈지 모르겠습니다.

춘마에 참가하시는 달림이 여러분, 지금이라도 춘마의 자선 이벤트에 참가하시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하였으면 성공의 기쁨으로 1만원(예를 들어), 실패하였으면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다음 대회때 달성을 위한 자신과 약속의 의미로 5천원 등을 약속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요즘 훈련 부족으로 3시간 45분이내를 목표로 이벤트에 참가 하겠습니다.

2001년 춘마 참가가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풀코스 11회 완주, 최고기록 3시간 09분 08초),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마라톤을 오직 자신의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육체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우리들에게 값진 교훈과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2006 춘마에 참가하시는 모든 분들이 올 춘마도 멋지게 달리시어, 또 하나의 멋진 가을의 전설을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2006 춘마의 진정한 우승자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비바 2006 춘마! -윤리샌님-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