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01

춘천마라톤이 12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제 배번을 받았습니다. 12636번. 출발 위치 K그룹.

풀코스 기록이 없는(풀코스 첫 출전 또는 이전에 출전했더라도 완주하지 못한) 참가자가 속한 그룹입니다. 춘천마라톤 출발은 A부터 N까지 나눠 출발하는 데, 제가 속한 그룹은 아마 선두 출발 후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춘천종합운동장을 빠져 나가게 됩니다.

지난 14일 강훈련은 사실상 마감했습니다. 60대 서브스리 주자인 윤용운 선생께서 "한 수 지도해주겠다"고 하셔서 남산 북쪽 순환도로를 두번 왕복했습니다. 3km 거리를 두번 왕복했으니 12km.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멋진 훈련코스입니다.

내리막에서는 숨을 고르면서 여유있게, 오르막에서는 스피드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숨이 막힐 정도까지, 평지에선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달렸습니다. 오르막에서 스피드를 유지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결론은 "체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것 같네." 춘천마라톤 5시간 이내 완주는 하겠지만, 결승선을 고통스럽게 통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흐~.

남은 기간 더 세게 훈련할 것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리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장거리 훈련, 강훈련 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몸을 망칠 뿐이라고 합니다. 15일 8km 조깅하고, 어제 16일 쉬고, 오늘은 30분 조깅에 100m 질주 5회를 했습니다.

춘천마라톤 홈페이지에 많은 참가자들이 '출사표'를 올려 놓았네요. 지금 제 심정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습니다. 제게는 다른 분들이 없는 걱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날 완주 후 기사를 써야 하는거지요. 매년 춘천마라톤 때면 제가 직접 쓰는 기사를 포함해 수십건의 후배들 기사까지 함께 챙겨줘야 합니다. 춘천마라톤 에는 취재, 사진 기자 20여명이 가게 되는 데 저도 기사 쓰는 의무에서 해방될 수 없습니다. 풀코스 완주 후 곧바로 기사까지 쓸 생각을 하니 솔직히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기대되는 게 더 많습니다. 2만 달림이들의 출발을 지켜보며 환성에 절로 가슴 벅찼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이제 제가 그 무리 속에서 함께 달리게 됩니다. 그 감동은 더 크겠지요.

남은 기간 몸 잘 만들어서 춘천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 모두 힘! 입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