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2-01

정신지체 아들 위해
유학떠나는 딸 위해
구구절절 자식 사랑

마라톤에서 42.195㎞를 뛰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목표와 사연이 있다. ‘서브 3’(3시간 이내 기록), ‘서브 4’ 같은 기록 경신을 목표로 삼기도 하지만 완주 자체에 의미를 두는 달림이들이 더 많다. 29일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홈페이지(marathon.chosun.com) ‘만남의 광장(출사표)’에 실린 사연 몇 개를 소개한다. 자녀를 위해 마라톤에 참가하는 부모의 심정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①사랑하는 아들에게(나준연)

‘영화 ‘말아톤’을 아내와 함께 본 후 춘천마라톤에 꼭 한 번 출전하고 싶었다. 장애인 초원이가 달리던 코스를 아들을 위해 대신 한 번 달리고 싶었다. 아들도 정신지체 1급. 정상인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꼭 완주하여 기념 메달을 아들 목에 걸어주고 싶다.’

영화 ‘말아톤’은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정신지체장애인 배형진(24)씨의 ‘인간 승리’를 다룬 것이다. 나씨의 출사표 뒤에 24건의 댓글이 붙었다. ‘아드님과 함께 춘천마라톤을 뛰는 날이 올 거예요’, ‘반드시 완주하셔서 아드님 목에 메달을 걸어주시게 될 겁니다’….

②가을편지-아들에게(최세영)

‘10월 1일 춘천호반마라톤에서 30km를 달렸다. 달리는 도중 표지판을 보니 춘천 102보충대, 그리고 화천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가 달리는 길이 3월 초 춘천102보충대에서 훈련받고 7사단 최전방 초소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니…. 내가 뛰어 가는 이 길로 곧장 내달리면 내 아들을 만날 수 있다….’

20여 년 전 7사단 최전방 소초 근무 중 지뢰를 밟아 아킬레스건 자르고 수술을 받았던 아버지는 60여 바늘의 상처와 굳어진 엄지발가락으로 춘천마라톤에 출전한다고 한다. 30km를 4시간28분에 뛴 초보자이지만 아들과 동료 장병들의 행운과 안전을 기원하며 완주하겠다는 각오가 당차다.

③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진 수학자의 탄생을 기원하며(박종열)

‘사랑하는 큰딸이 미국 유학을 떠난다. 사랑하는 딸 아이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 가을에 춘마를 달릴 것이다. 딸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메달을 보내주기 위해 열심히 달리렵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