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벌써 2000명 접수… 홈피도 새단장 10km 3번 뛰었지만 아직 갈길 멀어
어제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춘마(동호인들이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부르는 말)’ 참가 신청을 했거든요. 10월 29일 열리는 춘마를 목표로 연습을 시작한 지 5개월. 10㎞를 세 번 뛰고, 1시간30분 정도는 쉼 없이 달릴 수 있게 됐고, 체중은 11㎏이 빠졌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멉니다. 7~9월 사이 하프대회에 두세 번 참가하고, 10월 초순까지는 30~35㎞ 거리를 두 번 정도 달려봐야 풀코스 완주가 어렵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당연히 이전보다 훨씬 힘든 연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가신청을 위해 들른 춘마 인터넷 홈페이지(marathon.chosun.com)는 새롭게 단장을 했더군요. 며칠 사이 2000명 이상이 신청을 했고, 벌써 출사표를 올려놓은 분도 있습니다. 7월 유학을 떠나는 딸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아빠, 나태해진 스스로를 꾸짖으며 여름을 마라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대구의 한 마라톤 선배….
홈페이지에 실린 ‘춘천마라톤의 역사’를 보니 만감(萬感)이 교차합니다. 제가 스포츠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1996년은 일반 마라톤 동호인이 춘마에 참가한 첫해입니다. 당시 여성 7명을 포함해 262명이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풀코스를 달렸습니다. 그분들은 지금도 열심히 달리겠지요. 혹시 올해 춘마 개근상 받으실 분 없나요?
지난 10년간 수많은 ‘달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관절염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었던 50대 중년 여성의 풀코스 완주기, ‘풀뿌리 마라톤의 선구자’ 역할을 하신 박영석(77) 서울마라톤클럽 명예회장, 1998년 10㎞ 완주 후 3년 만에 풀코스를 뛰었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3)씨…. 마라톤 덕분에 잃었던 건강을 되찾고, 인내를 배우고, 세상 사는 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이야기를 셀 수 없이 많이 쓰면서도 어딘가 허전했습니다. 1㎞도 뛰어 보지 않고, 머리로만 그들의 마음을 느끼려 했던 한계 때문이겠지요. 올 가을에는 그 허전함이 채워질 것 같습니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