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보스턴마라톤 25회 완주, 철인 3종(바다 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 8회 완주, 47일간 사이클로 6000㎞의 거리를 달려 미국 횡단…. 환갑을 넘긴 아버지, 그리고 손발을 거의 못 쓰는 지체장애 아들의 도전은 18일(한국시각) 열린 미국 보스턴마라톤에서도 계속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딕 호이트(65)와 아들 릭 호이트(44)에 대한 이야기다.

탯줄이 목에 감기는 바람에 산소 결핍으로 뇌가 손상된 릭은 말을 전혀 못하고 손발도 쓸 수 없다. 휠체어마라톤에 참가하지만, 결승선을 향해 42.195㎞를 달리는 것은 아버지 딕의 몫이다. 소매 없는 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달려도 쉽지 않은 레이스였지만 호이트 부자(父子)는 고통 대신 행복을 느꼈다. 3시간45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릭은 자신을 위해 특수 고안된 컴퓨터에 ‘fantastic(감격스럽다)’이라고 썼다.


매년 40회 이상 달리기 대회와 철인3종에 참가하는 호이트 부자의 도전은 릭이 15세였던 1977년 시작됐다. 머리를 움직여 자판을 칠 수 있는 특수 컴퓨터로 의사소통을 하며 학교를 다녔던 릭이 어느 날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친구를 돕기 위해 5마일 대회(약 8㎞)에 참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2㎞ 이상 달려본 적이 없었던 아버지는 릭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다리 고통을 참아가며 휠체어를 밀고 달렸다. 그날 밤 릭은 컴퓨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달릴 때, 내가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평생 그런 기분을 아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979년 누구나 달리고 싶어하는 보스턴마라톤 참가 신청을 했지만 휠체어를 밀고 달릴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1981년 첫 참가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아들을 괴롭히면서 자신의 명예를 세우려 한다”는 장애인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호이트 부자가 뛴 풀코스 마라톤은 80회가 넘는다.


부자는 1985년 철인3종에 도전했다. 44세가 된 아버지 딕은 여섯살 이후 한 번도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새로 시작했고, 수영도 배웠다. 하루에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철인3종은 고통 그 자체였다. 수영을 할 때는 릭이 탄 보트에 끈을 매달아 허리에 묶었고, 사이클은 릭을 태울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었다. 거리가 짧은 올림픽 코스를 합하면 부자가 참가한 철인3종 경기는 200회가 넘는다.


아버지 딕은 2003년 보스턴마라톤 6주전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의사들은 “(달리기로) 지금처럼 몸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15년 전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받고 출전을 강행했다. 그해 가을 하와이 철인3종 경기에 출전했다가 자전거 충돌로 오른쪽 눈 위를 꿰매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보스턴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릭은 졸업후 장애인용 컴퓨터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꿈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휠체어 앉은 아버지를 내가 밀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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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홍기자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현 조선일보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