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달리기란 정말 즐거운 것이라는 걸 매일 느끼며 삽니다. 헬스장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가 아닌 도로에서 달리는 그 맛 말입니다. 일요일(2일) 오전 서울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 10㎞에 참가했습니다. 기록은 정확히 1시간, 시속 10㎞의 속도입니다. 3월 5일 서울마라톤에서 6㎞를 시속 9.7㎞로 뛴 것보다 거리도 속도도 모두 좋아졌지요?
사실 그 전날 ‘코오롱 고교 구간마라톤’ 취재를 갔다가 경주에서 10㎞쯤 뛴 뒤라, 다리가 아프거나 지칠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날씨까지 추워 몸이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1만2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밝은 표정이 그나마 힘이 됐습니다.
즐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잠실종합경기장을 빠져 나와 도로를 달릴 때부터입니다. 10㎞를 뛴 8200여명의 후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처음엔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습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펀 런(fun run)’을 즐기려는 분들이 좁은 길을 막는 바람에…. 하긴 저도 작년까지는 그쪽에 속했으니 원망할 일도 아니지요.
그런데 한 사람, 두 사람 추월해가는 그 기분이 어떤지 아십니까? 속된 말로 ‘째집니다.’ 앞 사람을 요리 피하고 조리 피하며 중간 지점에 도달했을 때 시간은 30분28초. ‘이렇게 뛰다가는 1시간을 넘기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더 스피드를 냈습니다. 급수대도 그냥 통과. 날씨가 흐리고 덥지 않은 데다, 1시간 정도는 물을 안 마시고 많이 달려봤거든요.
그 이후부턴 여행춘추의 정동창 사장이 페이스를 이끌어줬습니다. 이달 중순 보스턴마라톤과 런던마라톤에서 뛸 예정인 정 사장은 연습 삼아 10㎞에 참가했답니다. 이야기 나누고 한강의 경치를 즐기는 동안 남은 거리가 성큼성큼 줄어들더군요. 지쳐 달리기를 포기하고도 만족해하는 분들의 표정을 둘러보는 것도 신나는 일입니다.
다음 대회도 벌써 정했습니다. 오는 30일 마라톤동호회 ‘달리는 의사들’이 주최하는 소아암 어린이 돕기 마라톤대회 10㎞에 신청을 해놓았습니다. 목표 기록은 55분 이내입니다. 그걸 이루지 못해도 그날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번은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주최측의 뜻에 1000%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의사들은 대회 수익금 전부를 소아암 어린이 환자를 위해 기부한답니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키 179cm, 체중 92.9㎏의 홍기자가 10월 22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에 도전합니다. 춘마도전을 위한 '홍기자의 몸만들기 10개월 작전'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