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09
스트레스가 비염 노이로제를 촉발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코막힘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모든 병의 원인은 마음에 있다”는 말처럼 심리적인 문제와 질병을 따로 떨어뜨릴 수는 없다.
“코가 막혀서 머리가 무겁고 학습 진도도 잘 나가지 않습니다. 치료 좀 해주세요.”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작은 목소리가 왠지 절박하게 느껴졌다. 19세의 여성은 지금 대학입시 재수를 하고 있었다. 진찰결과 만성비염으로 진단되었으나 그렇게까지 중증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여성은 심각한 표정을 풀지 않고 강력한 처방으로 단번에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걱정이 지나친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코가 너무 막혀서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됩니다. 이번에 대학입시에 실패하면 끝장입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수술 이야기까지 꺼내며 당장 다른 곳으로 가 수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일단은 입시준비를 하고 있는 환자이기에 적합한 약물처방과 장시간의 특별 상담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게 했다. 상담을 해보니 이 환자는 시험이 임박하면서 공부가 잘 안 되자 모든 원인을 코막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밤이 되면 코가 뚫리니까 낮에는 조금 쉬고 밤에 더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안심시키며 입시에 합격하면 그 때 강한 처방을 해서 대학공부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해 1월말 이 환자가 다시 찾아왔다.
“선생님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처음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아주 명랑한 표정이었다.
“그래요? 그럼 치료는 어때요? 지금도 강한 처방을 원합니까?”
“아닙니다. 합격발표 후 코막힘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때의 자신이 떠올랐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했다.
이 여성은 비염 노이로제의 전형적인 예다. 공부할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고 공부 진도가 잘 안 나가자 그 원인을 모두 콧병 탓으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점차 코막힘 증상이 악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코막힘의 주요원인이 정서적인 요인이므로 그것이 해결되면 코막힘이 자연스럽게 완전히 해소된다. 즉, 대학입시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노이로제가 되었다가 대학합격으로 그 증상이 일거에 없어지는 것이다.
비염 노이로제는 ‘코가 막힌다 → 그것을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삼아 시험점수가 나쁘거나 작업 능률이 떨어지는 이유로 돌린다. → 코막힘이 더욱 악화된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해서 코막힘 증상이 점차 복잡하게 된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마음을 편히 갖고 치료에 임하면 치료효과가 훨씬 빠르고 좋다.
영동한의원 / 김남선 원장
김남선 영동한의원(코알레르기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