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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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2권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포터는 사람이면서도 뱀의 언어를 구사하고, 자신을 공격하려는 뱀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영화에서는 해리포터와 뱀의 대화를 이빨 사이로 소리가 빠져나올 때 나는 ‘쉿’ 소리로 표현했다.
실제로 뱀들도 목소리와 같은 소리로 상호 신호전달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뱀에게도 고래들처럼 특별한 언어가 존재할까?
파충류의 경우 일반 포유류와 달리 하나의 폐만 있고, 소리를 만들어내는 발성기관 중 진동기에 해당하는 후두와 성대가 없다. 단지 호흡을 위한 관만이 존재하여 ‘쉿’ 소리는 낼 있다.
뱀들은 귀와 눈꺼풀이 없기 때문에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다만 머리 뼈를 통해 전달되는 100~700Hz대의 낮은 주파수만 감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몸에 진동이 전해져야만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리포터가 사용한 ‘뱀의 언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포유류는 파충류와 달리 후두와 성대가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동물들에겐 후두의 기능 중 소리를 내는 기능보다는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보호기능이 더 발달돼 있다.
포유류는 후두가 목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 음식을 먹으면서도 호흡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기능은 음식을 먹는 중이라도 호흡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며, 이를 통해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포유류가 갖는 후두의 해부학적 특성은 사람에서는 신생아에게도 나타난다. 신생아는 후두와 성대가 매우 높게 위치하고 있어 엄마 젖을 먹으면서도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자라면서 후두의 위치는 점점 밑으로 내려가, 결국 목구멍 속 인두의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므로 유아기를 지나면 음식을 삼킬 때 숨을 멈춰야 하는 구조가 된다. 폐를 보호하는 기능보다 목소리를 내는 기능이 더 발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독특한 후두의 성장과정으로 인해 성인이 될수록 새롭게 나타나게 되는 질환이 ‘역류성 인후두염’이다. 역류성인후두염은 위산이 역류할 때 낮은 곳에 위치한 후두를 자극해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과 함께 가래가 쉽게 끓는 증상이다. 방치하면 후두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지만 식생활 개선이나 장기간에 걸친 약물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