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동화 속 피터팬은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순수한 동심 속에 사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다. 그래서 성년이 된 뒤에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남성들의 심리적 신체적 증상을 임상심리학자인 D. 카일리 박사가 ‘피터팬증후군’이라 명명했다.

1979년 제작돼 칸 영화제 작품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양철북(The tin drum)’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오스카는 3살 이후 스스로의 결심에 따라 성장을 멈춰 버린다.

늘 양철북을 두드리고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사는 오스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높은 고음의 소리를 내 주변의 유리를 산산조각 낸다. 영화 속 오스카는 그렇게 성장을 멈춘 채 어린아이로 남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피터팬들이 많다. 어른이 된 뒤에도 부모님에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도 어찌 보면 이런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엔 어린이로 남으려는 심리상태가 목소리에까지 나타나면서 ‘변성발성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변성발성장애란 후두나 성대는 완전히 성인으로 성장해 구조적으로 정상적인 상태지만, 사춘기 이전의 높고 여리고 맑은 목소리를 유지하려는 마음에 따라 생기는 기능적 이상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아기들처럼 고음에 단조로우며 덜 성숙된 목소리를 갖게 된다.

변성발성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또래와는 달리 아기목소리를 지닌 것에 대해 점점 더 괴리감을 갖게 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어린이 상대 오락프로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남성들의 경우에도 이런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변성발성장애의 경우 잘못된 발성 패턴이 굳어지면서 다시 정상적인 목소리로 돌아가고 싶어도 쉽게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에 대한 불만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변성발성장애의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잘못된 발성 패턴을 유발하는 후두의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해 풀어주고 음성재활치료를 병행하면 손쉽게 정상적인 목소리로 환원이 가능하다.

좋고 건강한 목소리란 자신이 타고난 신체적 특징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구조적 특징과는 다른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려고 하다 보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것은, 인간이 가진 또 다른 오만의 하나가 아닐까.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입력 : 2006.01.06 14:3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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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