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9

정혜신 퓨어피부과 원장
피부관리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내가 권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피부 다이어리 쓰기’다. 노트 한 권을 사서 날마다 피부에 대한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 방법을 권하는 이유는 아무리 피부관리를 실천한다고 해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규칙을 위반하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너무 사소한 잘못이라서 그냥 넘어가고 잊어버렸지만, 바로 그것이 내 피부를 망치는 주범일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에 아이를 출산한 후 무려 20kg이나 불어난 몸매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다이어트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프로그램은 훌륭했다. 그런데 예전 몸매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 잘못인지를 찾기 위해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다. 거창한 일기가 아니라 그저 그날 먹은 메뉴와 식사량에 대해 끄적거린 것이 시작이었다. 한 달여가 지난 후 무심코 다이어리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히 다이어트의 룰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단 하루도 룰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매일 먹을 음식의 종류와 양을 규제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진료해야 할 환자와 빠져서는 안 될 약속들, 참석해야 할 세미나, 회식과 가족 모임 등 사이에서 곧잘 길을 잃곤 했다. 나의 다이어트는 절충과 반칙 투성이었다. 진료 때문에 점심을 굶고 저녁 시간에 두 배 분량의 식사를 먹으면서 “점심을 굶었으니까 이 정도는 먹어도 돼”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운동을 건너뛰고 대신 아침을 먹지 않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끊임없이 배가 고팠다.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내 자신이 보이지 않는 틈새를 찾아 몰래 규칙을 어기면서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면 이 사실을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한 채 체질 타령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피부 다이어리를 쓰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 그냥 일기도 쓰기 힘든데 어떻게 피부 일기를 쓰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그냥 일기보다 더 쉽다. 주제를 잡아야 할 필요도 없고, 문장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무렇게나 본인이 편한 대로 쓰면 된다. 문장을 만들기 싫으면 단어만 나열해도 좋다. 피부 상태에 대한 관찰 결과만 간단하게 적어도 좋다. 그날 피부를 위해 특별히 무엇을 해주었는지 자랑을 해도 좋다. 스크랩 노트 형식의 공책을 다이어리로 쓴다면 즉석 사진을 찍어 붙여두어도 좋다.

형식은 자유다. 그러나 내용은 최대한 솔직하게 써야 한다. 잘한 것만 쓰지 말고 잘못한 것도 다 털어놓아야 한다.

피부 다이어리를 잘 쓰려면 관찰을 잘 해야 한다. 관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저녁에 잠들기 전에 1~2분 정도 얼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상태가 어떤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관찰과 동시에 나타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습관도 함께 기를 수 있다.

‘수면시간 3시간. 입가에 뾰루지가 생겼다. 면봉으로 간단하게 짜고 소독약을 발랐다. 점심 식사 후에 체크해보니 다시 뾰루지가 돋았다.’ 

‘왼쪽 눈 밑에 새로운 기미 출현!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랐던가? 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 새로운 화이트닝 대책이 필요하다!’

관찰은 분석을 부른다. 분석은 반성과 새로운 시도를 낳는다.

셋째는 반성하라는 것이다. 그저 적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일기를 거듭해서 읽고 그 안에서 잘못한 것을 찾아내어 고쳐야 한다. 관찰을 통해서 우리는 과음을 하거나 잠이 부족한 날, 혹은 인간관계에 치여 누군가를 몹시도 미워했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날에 얼굴색이 유난히 칙칙하고 표면이 거칠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패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과음을 피하고, 되도록 빨리 귀가해서 30분이라도 더 자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워하는 감정에 빠져서 씩씩대지 말고 차라리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 낫다. 만약 월요일마다 여드름이 났다면 그것은 무엇을 말할까? 당신은 월요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월요일의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해서 제거해보자. 제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적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자. 반성을 하면 대안이 나온다.

나는 피부일기를 쓰는 시간이 여러분에게 작은 기쁨이 되길 바란다. 일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미있게, 즐겁게 쓰자. 투정을 부려도 좋고 횡설수설 넋두리를 해도 좋다. 늘 갖고 다니면서 기록을 추가할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운 사이즈이면 좋겠다. 단, 적어도 3달 정도 지속적으로 써야 분석의 자료로서 효과가 있다는 사실!

 

/ 정혜신 퓨어 피부과 원장


입력 : 2006.01.16 12: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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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톡톡 뷰티

[퓨어피부과]
정혜신 원장

청담 이지함 피부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학과 대학원졸업(박사)
퓨어피부과 원장

정혜신원장이 들려주는 기능성화장품보다 좋은 피부관리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