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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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분비액이 미끌미끌하니 이것을 어떤 분비샘에서 나온 오일 성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 여성의 분비액은 대부분 성기로의 혈류(血流)가 증가하면서 혈액 성분 중 수분이 배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윤활제는 지용성이 아니라 수용성이다. 오일이나 바세린 등을 윤활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에 기름을 얹어놓은 꼴이며, 이 때문에 콘돔이 손상되기도 한다.
분비액의 부족은 일종의 ‘성 흥분 장애’라는 질환이다. 이것이 초래되는 이유는 성기의 혈류 감소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밖에도 심리적 문제가 성 흥분을 억압하는 경우, 남성의 테크닉 부족으로 여성의 흥분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 질염으로 인해 분비기능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따라서 분비액이 부족해 성 행위 때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원에 찾아와 혈류검사, 신체검사, 성 상담 등을 통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여성의 분비액이 부족하면 성 행위 시 통증을 유발하고, 성 흥분의 최고조인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힘들다. 수용성 윤활제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원인이 되는 문제를 덮어 두고 미봉책만 쓰는 꼴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오랫동안 윤활제를 사용하면 여성의 자연현상을 그르쳐서 영구적으로 분비기능의 퇴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윤활제가 어쩔 수 없이 반복 필요한 경우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 중 질 위축 및 성기능 퇴화로 인해 정상적인 분비액 생산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때다. 적어도 성적으로 건강한 나이에서 윤활제의 사용은 가끔 재미로 해야지, 윤활제 없이 성행위가 힘들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윤활제를 사용하다 필자에게 혼이 난 후배 의사 커플은 성 흥분 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자연스런 분비액으로 얼마든지 성행위가 가능한 건강한 부부가 되었다.
/ 강동우·강동우 성의학 연구소 소장
/ 백혜경·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공동원장
왜곡된 성과 성기능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