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7

다이어트에 관한 글들이 워낙 많아 헷갈리실 텐데 저까지 글을 보태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이어트에 관한 제 경험을 짧고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잦은 회식과 불규칙한 식사. 저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전 다이어트에 관해 수도 없이 기사를 썼습니다. 최대 히트작은 ‘황제 다이어트’죠. 지금은 은퇴한 조병륜 전 국립보건원 원장이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신문 사회면에 “고기만 먹고도 살을 뺀다”고 화제 기사로 썼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 기사를 보고 고기다이어트를 시작했고(이 회장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의 말), 이 회장 때문에 ‘고기 다이어트’가 ‘황제 다이어트’로 탈바꿈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황제 다이어트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0년7월~2001년7월까지의 미국생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다이어트 비법’이 있습니다. 그 얘길 들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2000년 연수 당시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이란 곳에 살았는데, 이곳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풍성한’ 몸매였습니다. 뉴욕이나 LA 등 대도시를 잠깐 잠깐 다닐 때는 실감치 못했는데, 마음 넉넉한 시골 도시에 끼어 살다 보니 입이 딱 벌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닌 대학 통학버스 기사 중 한 명(흑인 여성)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20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운전석 의자가 특수 개조한 것이었으니까요.

제 처와 딸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다이어트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뚱보가 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했겠죠. 실제로 미국생활 한 달여 만에 몸무게가 ‘약간’ 늘자, 둘은 ‘DT(다이어트) 작전’에 돌입하겠다며, 월마트에서 산 싸구려 체중계를 매일 들여다보는 법석을 부렸습니다. 제 딸은 “아빠는 먹보니까, 아빠가 제일 조심해야 해”하며 식사 때마다 참견했지만, 전 “아빠는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니 너나 조심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엔 음식이 워낙 좋은 터라 먹보인 전 그야말로 실컷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안 찔 자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3킬로 빠진 상태를 유지했죠.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식생활 패턴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게 저녁 시간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입니다. 그곳에선 늦어도 6시쯤 저녁 먹고 집 주위 산책하고, 12시쯤 잠자리에 들 땐 위가 텅 빈 상태죠.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만큼 소비하니 살이 찔 겨를이 없지요.

그러나 서울에선 아침 대강 먹고, 점심 12시 먹고, 그 이후 쫄쫄 굶다가 저녁 8시가 넘어서 식당에 가 소주 한잔 곁들여 배 터지도록 먹고, 소화도 못 시킨 채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이어 집니다. 위에는 소화 못 시킨 음식물들이 그득한 상태죠. 1주일에 한 두 번은 그것도 모자라 술집에 가 안주와 함께 칼로리 높은 술을 밤 12시 넘도록 마시죠.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들어오는 칼로리가 높은데 어떻게 살이 안 찌길 바라겠습니까.

두 번째는 술입니다. 술은 칼로리가 매우 높습니다. 소주 한 병은 밥 한 공기보다 열량이 훨씬 높습니다. 배고프다고 지글거리는 삼겹살 안주로 소주 몇 잔 마시고,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면 1500kcal넘기기는 예삽니다. 2차가서 폭탄주 몇 잔 들이키면 2000kcal, 3000kcal손쉽게 넘어갑니다. 헬스클럽에서 트레드밀을 해보니, 시속 8킬로미터 속도로 30분간 뛰다시피 걸어야 겨우 300kcal정도가 소모됩니다. 잦은 회식과 술자리야 말로 비만의 최대 적입니다.

국민학생도 아는 상식을 적고 있는 이유는 90% 이상의 직장인들이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아주 간단한 곳에 있는데 모두들 어려운 곳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주위를 둘러 보시면 식사량을 줄이려는 사람은 많은데, 저녁을 6시에 규칙적으로 식사 하는 등 식사 패턴을 바꾸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며 억지로 이어가는 다이어트는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살을 빼면 기초 대사량이 줄어들어, 오히려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살이 찌는 요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식사 습관이 바뀌면, 잘못된 식사습관을 버리면, 살은 자연히 빠지게 됩니다.

제목을 보고 정말 다이어트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 글을 보고 계십니까. 비법이란 없습니다. 있다면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사회와 비지니스엔 원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때론 원칙이 손해 보는 일도 있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인체는 정직합니다. 결코 편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음주량을 줄이라는 것은 가장 쉬운 다이어트 비법이지만, 한편으론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너무 쉽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것이 ‘다이어트’라고 생각도 않고, 다른 다이어트 할 때처럼 노력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앞으론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식사 패턴의 변화가 몸에 익숙해 습관이 될 때까지 죽기살기로 노력해 보십시오. 진리는 가장 가까운 데 있는 법이고, 그것을 따르는 사람을 절대 배반하지 않습니다. 축 처지는 아랫배 때문에 걱정하시는 많은 직장인 남성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임호준기자 imho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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