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1-15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가슴성형 수술 건수가 2000년대에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연예인들의 맵시 있는 가슴에 대한 담화가 이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젯거리가 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러한 환자들의 기호도 더욱 빠르게 변하는 추세다.
수영강사인 M씨(28세)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고민이 늘었다고 고백했다. 가슴이 A컵을 채우기에도 모자랄 정도로 빈약하고, 아직 20대임에도 불구하고 50대처럼 처지기 시작해 수강생들의 입방아에 몇 차례 오르내리게 되었던 것. 여러 종류의 속옷을 어떻게든 껴입어 보려 했지만 풀장에서는 금방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기 십상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눈치 빠른 수강생들의 이목을 피해 인터넷을 통해 시중에 나와있는 몇가지 보형물의 장단점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막상 진료실에 내원했을 때에는 꽉 찬 A컵보다 자연스레 풍만한 B컵 사이즈의 물방울형 보형물을 스스로 주문하고 정확한 시술비용과 방법을 확인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가슴확대수술을 받는 한국여성들이 선호하는 가슴의 크기가 10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졌다. 13년간의 진료경험을 수치로 정리해 보니, 가슴확대수술 시 사용하는 보형물의 크기가 현저히 증가했음이 관찰되었다. 90년대 초반에는 평균 135cc가 많이 사용되었고 2006년도에는 265cc가 주로 쓰였다. 곧, 96%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 20대 여성의 평균 가슴 크기는 약 250 cc 정도이며(Smith, 1986) 통계는 없으나 한국 여성의 가슴 크기는 이보다 훨씬 작을 것(200 cc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는 보형물의 평균 사이즈가 약 250cc였으며 2000년도에는 이것이 약 350cc로 증가하였다는 미국성형외과학회 보고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여성의 체격이 미국의 1980년대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한국 내 보형물 판매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세계 최대보형물 제조업체인 미국 Mentor사의 국내지사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시판 공급된 보형물의 크기는 125-150cc가 전체의 70%를 차지하였으나 2002년도에는 150cc 이상의 보형물 매출이 85%를 점유하였다.
이는 한국 여성의 체구뿐 아니라 시각적 욕구까지도 서구화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며, TV나 잡지를 통해 본 스타들의 이미지를 통한 학습효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 현대의 시술환자들이 단순히 가슴의 크기를 조금 확대하려고 의도했던 초기환자군 과는 달리 당당히 능동적으로 원하는 크기와 형태를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2007년 7월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코히시브젤(코젤)의 사용우수성과 안전성으로 인해 환자들의 문의가 상당히 증가했다. 승인 전 환자들이 기다림에 지쳐 인터넷 카페나 모임 등을 통해 동남아 등지로 원정성형을 떠나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눈이나 코 성형에 있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진국인 대한민국. 가슴성형수술의 안전과 효과에 대해서도 이제 차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여론이었다. 그러나 자기표현에 강한 요즘 환자들은 자기 체형에 맞추어, 기호에 따라 가슴 또한 적극적으로 디자인해 나가고 있다. 다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내 몸에 적용하지 않도록 전문의를 디자인과정에 꼭 참여시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바람성형외과 / 심형보원장
아름다운가슴을 꿈꾸는 이들의 사연과 숨겨진 가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