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6
수능이 끝난 11월 말 본원에 고등학교 교사 한 분인 내원한 적이 있다. 환자는 얼마 전 수능 시험장에서 감독을 하다 시력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평소 노안으로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근거리 물체나 글씨가 잘 안 보였는데, 수능장에서 수험생의 OMR 카드 글씨와 숫자가 안경 없이도 뚜렷하게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실제 시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백내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례처럼 노안과 백내장은 동시에 오기도 하지만 간격을 두고 발병하기도 한다. 문제는 둘의 초기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노안과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수정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엄연히 치료방법이 다르므로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먼저,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초점 조절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근거리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책이나 신문의 글씨를 멀리 두고 보면 잘 보이는 증상을 겪게 된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발생하는데,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 시력이 저하되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빛 번짐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노안을 겪던 중에 백내장이 발병했을 때, 시력 저하가 나타나면 이를 단순히 노안이 심해진 것이라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노안 환자 중에서 갑자기 근거리 시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끼더라도 백내장을 의심할 수 있다. 백내장이 생기면 수정체의 중심부가 딱딱해지면서 수정체의 굴절률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가까운 글씨 등이 잘 보이는 것이다.
만약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무작정 수술을 받는 건 옳지 않다. 초기에는 안약을 점안하여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부터 시도할 수 있으며, 수술을 받더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시기와 방법을 신중히 절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백내장수술은 단순 질환 치료를 넘어 시력교정 효과까지 누릴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대표적인 백내장수술은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개인 시력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기존에는 '단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했는데 근거리와 원거리 중 하나만 선택하여 시력을 개선할 수 있고, 수술 후에도 돋보기를 상황에 맞게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반면,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보고자 하는 것에 따라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와 중간 거리, 먼 거리의 시력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노안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으며, 수술 후 별도 기구도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수술에 쓰이는 렌즈의 종류를 결정할 때 환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령, 기저질환, 환자의 안구 상태 등 사항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점이다. 삽입되는 렌즈의 종류가 다양하고, 제품마다 각각 초점이 선명한 구간이 조금씩 달라 수술 결과에 차이를 줄 수 있어서다. 환자는 수술 전 정확한 검사를 통해 결과를 기반으로 전문의와 심층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간혹 인터넷 후기나 비용 등에 집중한 나머지 수술 안정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 그러나 눈, 특히 시력은 평생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수술에는 환자마다 다른 고유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환자는 전문의와의 체계적인 수술 전 상담을 기반으로 1:1 맞춤 수술이 가능한 곳인지, 집도의가 백내장수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졌는지, 병원이 검사와 상담, 수술, 사후 관리 체계를 잘 갖추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인간의 감각 70% 정도를 당담하는 시각, 나는 '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BGN밝은눈안과 김정완 원장의 '아는 만큼 잘 보이는' 시력이야기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안구질환과 올바른 치료 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