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28

34세의 Y주부는 한번도 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다고 내원했다. 그것도 남편에게 떠밀려서. 자신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애타하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좋아질까 하여 자위행위도 시도해 보고, 남편과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통증만 커져서 이젠 성행위 자체가 두렵기까지 하단다.

  43세 K주부는 남편이 무척 신경 쓰인다. 5년전 종양으로 자궁절제술과 함께 방사선치료를 받은 후, 외음부와 다리가 부어있는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부부생활이 원만하지 못하고 성감각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요즘 부쩍 남편의 눈치가 심상치 않아 가만 앉아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내원했단다. 골반 내진소견에서 역시 부종이 심해 성행위에 큰 장애가 될 정도의 상황이 발견되었다. 

  두 환자 모두 성기능장애로 왔지만 원래 발생한 흥분장애와 원인이 뚜렷한 기질적 흥분장애 환자로 뚜렷이 구분된다. 그러나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후자와 같이 뚜렷이 원인이 구분되는 경우 보다는 전자와 같이 원인도 뚜렷하지 않고 증상도 성적 무관심, 혐오, 흥분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호소하면서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기능장애의 성의학적 접근이 부부간의 종합적인 성치료로 발전하면서 여성에 대한 성기능장애의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의 여성 성기능장애의 기질적 연구에서 남성과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남성의 기능부전은 음경의 발기와 삽입이라고 하는 능동적인 기능이 불가능해짐으로써 눈에 보이는 성적 변화가 초래되지만 여성의 기능부전은 극도의 성욕부전이나 질경련 등을 제외하면 성관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진료실에서의 객관적 검사에서 혈류나 감각의 이상이 발견되는 여성이 자신이 성기능 이상이라고 느끼는 여성은 일반인구와 비교해서 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화적으로도 여성이 자신의 성욕이나 절정감의 장애를 드러내어 호소하게 되는 경우도 적어서 임상적으로 여성 성기능장애 환자들을 접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성성기능장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병리기전이 활발하게 연구되면서 여성의 기질적 성기능장애의 요인이 내분비계와 혈관의 혈류장애임이 지적되고 있다. 이제 내분비계통은 경구약물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혈관장애는 여성의 음핵 및 질의 혈류측정이 진단의 기초적 방법으로 사용되어, 앞으로 치료방법으로도 혈관활성약물 및 남성발기부전치료제로 개발된 혈류증진 약제들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자극을 통한 여성골반근육운동의 성기능에 미치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성기능장애 치료의 유용한 치료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하였고, 이미 외국에서는 남성 성기능장애 치료제로 개발된 경구약제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남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남성 성기능장애에 대한 연구, 진단, 치료의 발전이 눈부신 발전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섰듯이, 머지않아 여성 성기능장애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무관심과 못 느끼는 문제로 고통 받는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뇨기과 진료실 풍경

[LJ비뇨기과]
이웅희 원장

이웅희 LJ비뇨기과 원장
1989년 연세의대 졸업
1997-2003 연세의대 비뇨기과학교실 교수 역임
전 아시아 성학회 사무총장
대한 남성과학회 상임이사
대한 전립선학회 이사

비뇨기과의사가 전하는 성의학 진료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