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일수록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협심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이들 질환의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코로나19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영국 내 진료소에 등록된 40~84세 성인 94만9973명의 진료 기록을 활용해, 코로나19 발생률과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코로나19 위험도(사망, 중환자실 입원 등)를 분석했다. 사람들의 향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추정하기 위해 ▲체질량 지수 ▲흡연 이력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연령 등을 파악했으며, 다양한 요인들을 반영해 점수로 계산했다. 향후 10년 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1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했고, 반대로 10% 미만인 사람들은 저위험군에 포함시켰다.
분석결과, 11만3142명(12%)이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30만3558명(32%)은 심혈관질험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위험군은 53만3273(56%)이었다. 조사대상 중 총 4017명이 2020년 3월 12일부터 9월 29일 사이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는 576명, 중환자실 입원 및 일반 입원 환자는 각각 159명, 1091명이었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8세였다.
특히 향후 10년 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저위험군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집중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3배가량 높았다. 또한 코로나19로 사망할 가능성도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자체는 ▲고위험군 1000명당 4.9건 ▲저위험군 1000명당 4.5건으로 심혈관질환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사망률은 ▲고위험군 1000명당 311명 ▲저위험군 1000명당 24명으로 크게 차이 났다. 중환자실 입원률 역시 고위험군(1000명당 97명)이 저위험군(1000명당 36명)보다 매우 높았으며, 일반병동 입원률도(고위험군 1000명당 607명, 저위험군 1000명당 169명) 마찬가지였다. ▲알코올 섭취량 ▲진료 출석 빈도 ▲항혈소판제 처방 ▲항응고제 처방 ▲만성간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신경질환 ▲천식 ▲치매 등 점수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요인들을 조정한 후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모두 비슷했지만, 고위험군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훨씬 높았다”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코로나19 백신 및 부스터샷 접종을 권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함께,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는 심혈관 건강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는 관찰 연구이므로 원인과 결과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측정되지 않은 다른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23일부터 26일(현지 시간)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감염병 학회(ECCMID)’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