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탓일까… ‘벌레’들의 심상치 않은 습격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2020/07/28 17:11

매미나방, 수돗물 유충에 ‘뇌염 모기 경보’까지

▲ 전문가들은 올 여름 해충 피해가 심해진 원인을 '이상기후'로 꼽는다./사진=연합뉴스

올 여름, ‘벌레’들로 인한 피해가 심상치 않다. 접촉하면 피부병·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매미나방',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일본뇌염을 옮길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 등 유해성이 우려되는 해충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벌레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를 원인으로 추측한다.

전국이 각종 '벌레'로 뒤덮여… 예년보다 심각

지난 13일 인천 서구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벌레 문제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올해 봄부터 농가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매미벌레'와 '대벌레'도 있다. 산림청 조사 결과 매미나방은 전국적으로 61.83㎢(여의도 면적의 21배)를 뒤덮는 규모로 번식한 상태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봉산 일대를 '대벌레'가 장악했다. 산책길뿐 아니라 벤치, 정자, CCTV 등 각종 편의시설에 벌레들이 기어 다녀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다. 일본뇌염 모기도 평년의 3배 이상이다. 전체 모기 발생은 예년보다 40% 이상 줄었지만, 이례적으로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만 급증해 질병관리본부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불쾌함·알레르기 등 문제, 모기는 사망위험까지

▶수돗물 유충=인천 서구에서 발견된 수돗물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인 작은 유충은 심한 불쾌함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몸에 들어갔을 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전국에서 발견된 모든 유충의 정체가 자세히 밝혀진 것은 아니므로 유해성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만약 촌충·회충 등 기생충이 들어간 물을 마실 경우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미나방=매미나방 털에 붙어있는 독성가루는 가려움증,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목포대 환경교육과 최세웅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은 가시와 같은 매미나방 털은 날아다니다 우리 피부에 닿으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매미나방이 나무에 알을 까는 시기인데, 이때 나무에 붙은 알을 긁어내려다 털이 날려 피해를 보기도 한다.

▶대벌레=나무막대기 모양의 대벌레는 그 자체로 인간에게 유해성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벌레는 삼림과 과수를 좀먹어 농가에 피해를 준다. 특히 나뭇잎을 대량으로 먹어 치워 삼림해충으로 분류돼 있다. 과도하게 번식해 산을 뒤덮은 대벌레는 혐오감을 유발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빼앗기도 한다.

▶일본뇌염 모기=일본뇌염은 백신이 있고,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해에는 6명의 환자가 일본뇌염으로 사망했다. 중·장년층 중에는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면역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뇌염에 걸린 모기에 물려 증상이 발현한 경우, 5~60%는 심각한 합병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른다.

전문가들, "평년과 다른 이상기후가 원인"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벌레 피해의 원인을 '이상기후'로 추측한다. 지난 겨울 유독 따뜻했던 날씨, 덥지 않은 여름, 긴 장마철 등이 생태계 변화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 평균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 자체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곤충들의 생태계도 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돗물 유충의 경우 정수 과정에서 유충을 거르지 못한 관리 부실도 문제가 됐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대안을 내놓고 잇는 가운데, 지난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며 그린뉴딜 전략으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드디어 제대로 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나올 것이냐는 기대감을 모았지만, 친환경 산업 나열에만 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피스 국제 사무총장 제니퍼 모건은 "한국 산업이 진짜 그린뉴딜을 하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