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우울하다고 음주?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2019/12/27 10:35

▲ 사진설명=외롭다고 술을 찾으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지기 쉽다./사진=다사랑중앙병원 제공

국내 고독사가 2014년 이후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고독사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사는 가족·이웃·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사망한 후 통상 3일 이상 방치됐다가 발견된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고독사 사망자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 "혼자 사는 알코올 의존형 중장년 남성이 고독사할 확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2017년 부산시에서 조사한 고독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연령별로 51~64세 고독사 발생률이 61%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83%를 차지했다. 또한 질병을 가진 고독사 사망자 3명 중 1명이 알코올 의존증과 그와 관련된 합병증을 가지고 있었다.

김태영 원장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문화생활이나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진입이 어려운 중장년 남성에겐 술이 외로움을 잊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외로움을 음주로 해소하다 보면 술만이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더 큰 우울감이 찾아와 계속 술을 원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반복적인 음주가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경우 점점 더 세상과 단절돼 고독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 집에서 술을 마시면 옆에서 이를 제어해 줄 사람이 없어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속수무책이다. 실제 지난 6월에는 부산에서 혼자 살던 60세 남성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시신 옆에는 소주 병과 막걸리 병이 놓여있었다. 검안 결과 남성은 알코올 의존증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지 1년 정도 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말에 외롭거나 우울하다고 술을 마시는 것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김 원장은 "깊은 우울감은 뇌에 악영향을 미쳐 전두엽을 비롯한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이때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강한 독성이 뇌세포 손상을 촉진시켜 불안, 짜증,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안 좋은 기분을 술로 다스리려다 오히려 감정 기복이 심화되고 우울감이 커져 다시 술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원장은 “혼자 살며 술을 즐긴다면 스스로 평소 음주량이나 횟수를 미리 체크해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술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있는데도 실패하고, 술을 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술을 반복적으로 마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술로 인해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고 악화되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것이 알코올 의존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