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경구용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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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랩시도'/사진=한국노바티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가려움과 모기 수십 마리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는 팽진. 특별한 원인 없이 이런 증상이 6주 이상 반복되면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로 진단한다. 두드러기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 사회생활 위축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항히스타민제 사용 이후 쓸 수 있는 경구용 제제가 등장하면서, 주사를 맞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가려움 원인 차단… 환자 편의성도 높여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는 항히스타민제에서 시작한다. 항히스타민제는 두드러기 증상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작용을 차단하는 약이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용량을 최대 4배까지 늘려 사용한다. 이후에도 효과가 부족한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인 주사 치료 단계로 넘어간다. 하지만 치료 단계를 높여도 상당수 환자에서 증상이 계속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가려움과 팽진이 반복되기도 한다.

지난 4월 국내 허가된 노바티스 경구용 BTK 억제제 '랩시도(성분명 레미브루티닙)'는 이 같은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다. 국내 최초의 경구용 BTK 표적 치료제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생물학적 제제인 주사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성인 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

랩시도는 기존 치료제와 작용 방식이 다르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된 항히스타민제는 이미 분비된 히스타민이 몸속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막는다. 쉽게 말해 불이 난 뒤 소화기를 들고 끄는 방식에 가깝다. 반면, 랩시도는 가려움과 팽진을 일으키는 히스타민과 염증 매개물질이 분비되기 전 단계에서 작동한다. 비만세포 안에서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염증 반응의 출발점 자체를 차단한다. 이미 번진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씨가 생기기 전에 가스 밸브를 잠그는 셈이다.

치료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항히스타민제 이후 단계에서 사실상 주사제가 유일했다면 이제는 같은 단계에서 먹는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을지, 집에서 알약을 복용할지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박창욱 교수는 "그동안 항히스타민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 주사제 기반 치료가 중심이었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에서 랩시도와 같은 경구용 표적 치료제의 등장은 중요한 변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사제 치료는 환자에 따라 반응 시점의 차이가 있고 혈중 면역글로불린E(IgE) 수치 등을 통해 반응을 예측해야 했지만, 랩시도는 이와 관계없이 빠르게 가려움과 두드러기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 부담 없이 일상에서 복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기면서 환자 편의성 또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투여 초기부터 효과 나타나… 52주까지 유지
랩시도 허가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REMIX-1, REMIX-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랩시도는 위약 대비 12주 차 주간 두드러기 활성도를 유의하게 개선했으며 이러한 효과가 24주까지 유지됐다. 가려움과 팽진 개선 효과는 투여 1주 차부터 확인됐다.

치료 효과는 장기 추적 관찰에서도 유지됐다. 52주 분석에서 약 62%의 환자가 증상 조절 상태를 유지했고, 약 45%는 두드러기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보였다. 아주대학교병원 알레르기면역내과 예영민 교수는 "미충족 수요가 컸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 분야에서 BTK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은 보다 넓은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특히 치료 효과가 1주 이내 빠르게 나타나고 52주까지 유지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에서 이상반응 발생률은 랩시도군과 위약군이 각각 64.9%, 64.7%로 비슷했다.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 수준이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비인두염, 출혈, 두통, 오심, 복통 등이었다.

급여 적용은 아직… 환자 비용 부담 커
랩시도의 복약 방식은 기존 주사제와 차이가 있다. 주사제는 일정 간격으로 투여하면 되지만, 랩시도는 하루 두 번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특히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인 만큼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를 이어가며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환자 접근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랩시도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치료 옵션 가운데 일부는 급여 적용을 받고 있어 향후 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환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