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가려움증, 다학제 진료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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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만성가려움증 환자의 등에 첩포 검사지를 붙이고 있다./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30년 동안 등이 가려워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어요.”

최근 개소한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A씨의 사연이다. A씨는 30년 넘게 등 부위 만성 가려움증에 시달리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했으나 일시적으로 호전될 뿐이었고 밤잠을 설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날이 많았다.

A씨는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서 처음으로 첩포검사(Patch test)를 받았고, 그 결과 염색약 성분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에 대한 알레르기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염색약 성분이 등 부위로 반복적으로 흘러내리며 접촉성 피부염과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이후 염색을 중단하고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생활관리와 맞춤 치료로 증상은 점차 호전됐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은 18일 ‘난치성 가려움증 센터’ 개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만성 가려움증을 전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학제 협진 기반의 정밀 의료 체계를 공개했다.

◇“긁을수록 더 가렵다”… 노인성 가려움증 증가
만성 가려움증은 6주 이상 가려움이 지속되는 증상이다. 그 유형과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아토피피부염·건선·두드러기처럼 피부 병변이 동반되는 피부질환성 가려움증 ▲갑상선질환·만성신장질환·신경병증 등 피부 병변 없이 나타나는 전신질환성 또는 신경병증성 가려움증 ▲반복적인 긁기로 인해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결절이 형성된 결절성양진·만성태선 등 이차 피부 병변성 가려움증이 대표적이다.

가려움이 발생하면 피부를 반복적으로 긁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서 염증 반응이 증폭된다. 염증이 생기면 다시 긁게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데 조기에 끊지 못하면 만성화와 중증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피부 노화, 만성질환, 복합 약물 복용 환자가 늘면서 ‘노인성 가려움증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인성 가려움증은 단순 피부 건조증이나 노화 현상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노년층에서는 피지 분비와 천연보습인자(NMF) 감소, 피부장벽 기능 저하로 가려움증이 쉽게 발생하며 여기에 감각신경 변화와 면역노화, 다약제 복용, 갑상선질환·빈혈·만성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만성 가려움증은 ‘복합질환’으로 접근해 정밀한 원인 평가와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는 단순 가려움으로 치부해 병원 방문을 꺼리곤 한다. 최근에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질환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환자들이 진단을 받지 못하고 전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 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은 “가려움증은 단순히 ‘긁으면 되는 증상’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실제 환자들은 수면장애와 우울, 불안, 사회적 위축까지 겪는다”며 “특히 고령층은 전신질환과 약물 복용이 많고, 숨어 있던 아토피 피부염이 노화와 함께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혈액검사로 안 잡히는 원인까지 훑는 게 치료 첫 걸음
만성 가려움증 치료의 첫 걸음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먼저 피부 병변 유무를 확인한 뒤 조직검사, 혈액검사, 알레르기 첩포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추적한다. 피부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만성 신장질환, 간질환, 갑상선질환, 혈액질환, 신경계 이상 등 전신질환 가능성을 함께 살핀다.

특히 첩포검사는 생활 속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한 검사다. 김 센터장은 “염색약과 금속, 향료, 세제, 화장품, 고무, 직업성 물질 등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원인을 진단하는 데 활용된다”라며 “오랜 기간 반복 치료에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만성 가려움증 환자에서 진단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인이 확인되면 환자별 맞춤치료가 시작된다. 염색약이나 생활용품 성분이 원인이라면 해당 물질 노출을 차단하고 피부염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중증아토피피부염과 결절성양진, 노인성 가려움증 환자에게는 협대역 자외선B(NB-UVB)치료와 엑시머레이저 치료를 시행한다. 또한 피부염증을 완화하는 파장의 LED 치료를 한다.

과거에는 항히스타민제가 주된 치료였지만 최근에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면역·신경 전달 경로가 밝혀지면서 인터루킨(IL)-31 억제제나 JAK 억제제 같은 표적치료제가 활용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자외선 치료, 국소 면역조절제, 신경병증 치료제, 항우울제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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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사진=오상훈 기자
◇국내 첫 다학제 가려움증센터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협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피부 가려움증이 아닌 원인 규명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가려움증 환자, 또는 전신질환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밀진단과 맞춤치료를 시행한다.

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은 ‘끝까지 원인을 찾는 진료’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특히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피부질환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 환자가 다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센터에서는 전신질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과 협진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병원은 향후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임상연구도 확대할 계획이다. 원인 불명 만성 가려움증(CPUO)을 포함한 다양한 환자군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진단과 치료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목표다.

김 센터장은 “가려움증도 통증처럼 하나의 독립된 의학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 자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끝까지 원인을 찾는 것이 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