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진 가운데, 스타틴처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것이 치매 예방까지 돕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스타틴은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이다.
저밀도 지단백은 혈관 내에 침착돼 혈관이 딱딱하고 좁아지게 한다. 혈관이 이렇게 변하면 심혈관계에는 큰 부담이 가해진다.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몸 곳곳으로의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방해받을 수 있고, 심장 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혈관 상태는 뇌 건강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인 탓에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생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부근에 미세 손상이 생긴다. 이것이 나중에 혈관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스타틴을 복용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함으로써 심장 질환과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미국 보스턴대와 캘리포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32만여 명의 환자들에게서 평균 12년 이상 수집된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함으로써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전자의무기록은 북부 캘리포니아 소재 의료기관 카이저 퍼머넌트로부터 확보했으며, 1951년 이전 출생자의 것만 사용했다. 이 중에는 나이가 들며 의사로부터 스타틴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은 환자들 중에서 나이와 초기 콜레스테롤 수치가 동일하고 병력이 비슷하되, 스타틴 복용 여부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을 짝지었다. 유전 정보가 존재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알츠하이머병 위험 인자로 알려진 아포이 유전자 보유 여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스타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복용 1년 만에 치매를 진단받을 위험이 대조군보다 43% 컸다. 약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기능 저하를 진단받을 가능성도 더 컸다.
다만, 연구팀은 스타틴을 복용함으로써 치매와 뇌 기능 저하가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약 복용 초기에 치매 진단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의사를 만나 상담받을 기회가 많아진 것이고 진단도 원활히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타틴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에 치매나 인지 기능 저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약 복용 전부터 전조증상이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스타틴 복용을 계기로 의료기관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된 후에 이러한 증상이 의사의 눈에 띄며 진단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타틴 복용이 장기적으로 치매 예방 효과를 낸다고도 볼 수 없었다. 실제 스타틴 복용을 시작한 지 1년 이후로부터는 약 복용자들과 대조군 사이에서 치매 발생률의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LDL 수치가 높은 사람이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이 심혈관계 건강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므로 이것이 약을 복용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는 문서상 확인되는 스타틴 처방량을 기준으로 했기에 처방받은 약을 실제로 복용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이 한계점이다”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