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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동아시아 소아 환자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소아 항문 크론병 치료의 중요한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치료 초기부터 혈중 약물 농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치료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결과다.

소아 항문 크론병은 크론병의 한 형태로, 장뿐 아니라 항문 주변까지 염증이 확장되는 질환이다.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치료도 쉽지 않다. 겉으로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여도 누공이 완전히 닫히지 않거나 내부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는 생물학적 제제인 인플릭시맙이 대표적인 치료로 사용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진 교수, 소아외과 손준혁·박성주 교수 연구팀은 소아 항문 크론병 환자에서 인플릭시맙 혈중 농도와 누공 치유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인플릭시맙 치료를 받은 18세 미만 환자 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치료 시작 1년 후 MRI를 통해 누공 치유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 약 70%(57명)에서 영상학적 치유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누공이 치유된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치료 결과를 가른 핵심 요인은 혈중 약물 농도(trough level)였다.

연구팀은 “치유가 확인된 환자군은 치료 6주차와 54주차 모두에서 더 높은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 두 시점의 농도가 치유의 독립적인 예측 인자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시된 최적 기준치는 6주차 9.7 μg/mL, 54주차 5.1 μg/mL로, 이 수준을 유지한 환자에서 누공 치유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번 결과는 치료 초기부터 혈중 약물 농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환자별로 용량을 조절하는 전략이 치료 반응을 높이는 데 중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MRI 평가 방식 역시 치료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T2 강조 영상과 조영 증강 T1 영상을 함께 판독해 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치유를 정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소아 항문 크론병 치료에서 다학제 접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단순 수술이나 약물 단독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외과가 협력해 약물 용량 조절, 누공의 해부학적 분류, 장기 추적 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를 운영 중이다.

연구의 저자 김미진 교수는 “항문 통증, 고름 분비, 반복되는 농양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단순 피부 질환으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전략이 병행되면 장기적으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페디아트릭스(Frontiers in Pediatrics)’에 최근 게재됐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