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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공동 간병사로 일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신상봉 작가를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사진=유예진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개인 간병 비용은 하루 평균 약 11만 원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 간병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동 간병은 요양병원 등에서 여러 환자를 한 명의 간병인이 돌보는 방식으로, 개인 간병보다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동 간병을 유지할 인력은 점차 줄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수로, 고령층과 외국인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현장에서는 중국 동포 출신 간병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공동 간병 체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공동 간병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2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공동 간병사로 일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신상봉 작가를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

-간병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입원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병으로 평생 해온 사업을 접게 되면서 삶이 크게 흔들렸다. 환자가 되어 병원 침대에 누워보니 그제야 ‘간병사’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무너진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4시간 근무가 가능한 간병 일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간병 중개소에서는 ‘한국 사람은 힘들어서 오래 못 버틴다’며 공동 간병사 자리조차 쉽게 소개해주지 않았다. 현장에는 한국인은 이 일을 견디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그래도 물러설 곳이 없어 간곡히 부탁해 일을 시작했고, 이후 환자들과 함께하는 병실 생활에 들어가게 됐다.”

-간병사는 주로 어떤 경로로 병원에 배치되고, 고용 형태는 어떻게 이뤄지나?
“대부분의 간병사는 간병 협회를 통해 병원에 배치된다. 개인이 직접 병원과 계약하기보다는 협회가 중간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고용 형태는 3.3% 원천징수를 적용받는 프리랜서 방식이다. 겉으로는 자유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 근무 방식과 업무를 통제받으면서도 법적 보호는 받지 못하는 구조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책임 공백’이다. 업무 중 문제가 발생하면 협회는 병원 책임이라고 하고, 병원은 협회 소속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룬다. 이처럼 구조가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간병사 교체가 잦아지면서 돌봄의 연속성도 깨진다. 결국 그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간다.”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어땠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현장에 들어갔다. 중국 동포 간병인이 3일 정도 기저귀 가는 법과 기본적인 업무만 알려주고 떠났고, 이후에는 유튜브를 보며 혼자 일을 익혀야 했다. 휠체어를 태우는 법이나 환자를 옮기는 방법도 모두 영상을 찾아가며 배웠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간병사 역시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이 특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일하는 병동부터라도 조금씩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장의 모순과 관행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

-공동 간병은 병원에서 보통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공동 간병은 간병사 한 명이 4~6명의 입원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구조다. 환자마다 병과 상태가 모두 달라 균형 있게 케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간병사도 적지 않아 기본적인 돌봄만 이뤄지고, 추가적인 케어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동 간병사의 구체적인 일과가 어떻게 되나?
“간병사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기저귀를 교체하고 병실을 정리한 뒤 세안을 돕는다. 이어 침대 시트를 정리하는데, 장시간 누워 있는 환자에게는 시트의 작은 주름도 욕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수발과 약 복용을 확인한 뒤 오전 9시부터 주치의 회진을 보조하고, 환자들을 재활실로 이동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점심 이후에도 재활 일정을 챙기고, 그 사이 기저귀 교체와 침상 정돈 등 기본적인 돌봄이 이어진다. 저녁 식사와 위생 관리를 마친 뒤에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야간에는 낙상 사고 위험이 높아 작은 소리에도 즉각 반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채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 1회 목욕 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24시간 긴장을 유지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간병사 급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공동 간병 기준으로 하루 8만~10만 원 받는다. 문제는 근무 시간이 24시간이라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시급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환자 다섯 명을 보면 병원에는 약 450만 원 정도가 들어오는데, 실제 간병사가 가져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적다. 협회비나 각종 비용이 빠지지만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구조다. 이처럼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 보니 오래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고, 결국 간병사 교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동 간병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
“간병 현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계획적인 방치 체제’다.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병 인력은 부족한데 이를 관리할 체계는 갖춰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 가깝다. 특히 공동 간병은 인력 상당수가 중국 동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도 공동 간병사 약 25명 중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돼 온 측면이 있다. 협회나 요양병원 역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가장 시급한 것은 24시간 근무 체제의 폐지다. 사람이 24시간 동안 긴장을 유지하며 일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질 높은 돌봄이 이뤄지기 어렵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간호사처럼 3교대 근무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구조가 유지될수록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간병사 역시 기본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받기 어렵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요양병원 전반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고령사회 돌봄 체계 전반과 직결된 문제다.”

-근무 환경 변화 외에 국가가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간병사를 사각지대에서 끌어내 제도권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현재처럼 프리랜서라는 명목 아래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로 인정되면 최소한의 근무 시간과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교육과 검증 체계를 마련해 간병사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간병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안정적인 돌봄이 제공될 수 있다. 현재 일부 시행 중인 통합간병 서비스를 요양병원 전반으로 확대하고, 관리 공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간병 일을 하며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은 무엇인가?
“병실에서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흔히 노후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오늘을 미루고, 많은 일을 내일로 넘긴다. 하지만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에만 머무는 삶을 경계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때 해볼 걸’ 하는 후회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 지금은 할 수 있을 때 바로 행동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간병 체계 역시 미루지 말고, 지금이 손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최근 집필한 ‘간병인의 숨겨진 하루’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책은 2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담은 기록이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점은 많은 보호자가 환자를 병원에 맡기면 모든 돌봄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간병사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구조에서는 모든 케어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렵고, 보호자의 기대와 실제 현장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투약 여부와 병실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원은 집보다 효율적일 수 있지만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록이 보호자에게는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고, 간병 현장의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