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91)
대지의 온기가 차오르는 4월,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대지를 박차거나 연둣빛으로 물든 산길을 오르는 발걸음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때때로 이 즐거운 여정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바로 발바닥을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통증이다. 우리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전신을 지탱하는 발이 보내는 이 신호는 생각보다 몸의 구조적 문제를 알리는 경고일 수 있다.발바닥이 아프면 흔히 '족저근막염'을 떠올린다.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막에 미세한 파열과 염증이 생기는 이 질환은 아침 첫발을 내디딜 때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다. 밤새 수축했던 근막이 펴지면서 미세 파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통증이 발가락 쪽,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의 앞발바닥에 집중되는 경우엔 '지간신경종'을 의심해야 한다. 지간신경종은 발가락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반복적으로 압박받아 염증이 생기고 섬유화되는 질환이다. 발 앞쪽이 찌릿하거나, 마치 발바닥에 껌이 붙은 듯 먹먹한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이미 신경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발의 아치 모양도 중요한 변수다. 아치가 낮은 평발(편평족)은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워 쉽게 피로해진다. 반대로 아치가 너무 높은 요족(오목발)은 뒤꿈치와 앞발바닥에만 충격이 쏠리게 된다.
근육이나 뼈와 달리 신경은 치료의 '골든타임'이 매우 짧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 속도가 느리고 후유증이 남기 쉽다.
초기에는 스트레칭을 통한 보존적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찜질이나 맞춤형 깔창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증을 빨리 잡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주사는 신중해야 한다. 주사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소염 효과가 있지만, 반복적으로 투여할 경우 발바닥의 쿠션인 지방층을 위축시키고 근막 조직 또한 약화시켜 오히려 발의 구조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족저근막염이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크게 절개했으나, 최근에는 최소 절개를 통한 '내시경 근막절개술'이나 '미세절개술'을 시행한다. 최근 선도적인 족부 중점 병원들부터 빠른 회복과 통증 경감에 도움이 되도록 수술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아킬레스건의 긴장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 족저근막만 수술해서는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 하단의 막을 미세하게 절개하는 '비복근 근막 이완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의 긴장을 풀어주듯, 종아리부터 발바닥까지 이어지는 후방 근막 체계의 압력을 해결해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드는 최신 수술법이다.
병변을 제거하는 절제술은 통증의 원인인 신경종을 직접 잘라내 통증 제거 효과가 확실하고 재발률이 낮지만, 해당 발가락 사이의 감각 소실이 남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신경을 보존하면서 압박을 해소하는 '유리술'은 신경을 누르는 인대를 절개해 공간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신경 변성이 심한 경우 통증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추가 수술 가능성이 있다.
통증은 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대화다. 찌릿한 신경 증상이나 아침마다 반복되는 발바닥 통증이 동반된다면, 활동을 줄이며 버티기보다 족부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발의 기초를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