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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내시경은 통증과 불안을 줄여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검사지만, 진정제 사용으로 인해 드물게 호흡 억제나 심정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내시경은 몸속에 카메라가 달린 관을 넣어 위나 장을 직접 살펴보는 검사로, 위암·대장암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검사 중 통증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진정 내시경'으로, 진정제를 사용해 의식 수준을 낮추는 방식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에 따르면 국내 진정 내시경 시행 비율은 50~75%다.

비교적 안전한 검사로 알려진 진정 내시경도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진정 위내시경 검사 중 진정제 과다 투여로 호흡곤란·심정지가 발생한 의료 분쟁 사건을 정리했다.

◇사건 개요
평소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병)을 앓던 60대 여성 A씨는 진정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B병원을 찾았다. 검사 전 혈압과 맥박은 정상 범위였고, 심전도 검사에서도 큰 이상은 없었다. 의료진은 진정제(디아제팜 등)를 투여한 뒤, 수면 유도 약물인 프로포폴 9cc(약 90mg)를 먼저 주입했다. 검사 도중 A씨가 움직이자 프로포폴 3cc(약 30mg)를 추가 투여했다.

추가 투약 직후 몇 초 만에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맥박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산소 공급을 늘리고 기관내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응급 약물 투여와 심장마사지를 시행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심정지·호흡정지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약 23분간의 심폐소생술 끝에 심장 기능은 회복됐지만, 결국 뇌에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환자 측 "과다 투여" vs 병원 측 "예측 어려운 상황"
A씨 측은 B병원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정제를 과다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비교적 많은 양의 프로포폴을 짧은 시간 안에 투여했고, 추가 투약 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응급 상황 발생 이후 기도 확보와 호흡 유지 등 적절한 조치가 미흡해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반면 B병원 측은 호흡과 심장이 동시에 멈추는 상황은 임상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며, 응급 상황 발생 직후 산소 공급과 심폐소생술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의료중재원은 검사 자체의 필요성, 사전 설명, 응급조치는 전반적으로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약물 사용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총 투여량은 기준 범위 내였지만 초기 투여량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디아제팜과 프로포폴을 함께 사용한 점이 호흡과 심장 기능 억제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재원은 진정 내시경 과정에서 발생한 호흡정지와 심정지가 뇌 손상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병원 측에 7000만 원 배상을 권고했고, 양측은 이를 받아들여 합의했다.

◇진정 내시경, 환자 상태 사전 평가 중요
진정 내시경은 통증과 불안을 줄여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검사지만, 진정제 사용으로 인해 드물게 호흡 억제나 심정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은 효과가 빠르지만 호흡과 심장 기능을 억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나 심장·폐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사 전에는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충분히 확인하고, 진정제 사용 여부와 용량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검사 중에는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등 생체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며, 응급 상황에 대비한 장비와 약물도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숙련된 의료진이 검사를 시행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환경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가린 기자 | 자료=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