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5만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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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장기 기증자 수 감소가 개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제도,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메인사진=연합뉴스
장기기증은 생명을 잇는 숭고한 나눔이지만 국내에서는 기증자 수가 감소하며 이식 대기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25년 뇌사 장기 기증자는 370명으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인체 조직 기증자는 180명으로 뇌사 기증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치료·재건에 사용되는 인체 조직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흐름을 바라보는 의료 현장의 시선은 어떨까요? 의사 1000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기증 감소 반드시 개선돼야”… ‘가족 동의’가 큰 장벽
의사 10명 중 7명(71.4%)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 감소 추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증자 감소 주요 원인으로는 가족 동의 과정의 어려움(31.2%)이 가장 많이 꼽혔고 ▲사회적 인식 및 문화적 요인(23.8%) ▲제도적·행정적 절차의 복잡성(15%) ▲기증자에 대한 예우 부족(15%)순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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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자 감소 주요 원인 설문./그래픽1=인터엠디
특히 장기기증 상담 경험이 있는 의사들은 기증자나 가족들이 느끼는 심리적·인식적 장벽이 동의 과정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 ▲가족 간 의견 차이 ▲보상 유무 ▲장기기증을 치료 포기로 받아들이는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증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응답자들 중 35%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 30.1%가 인력 및 시간 부족, 26.8%가 가족 설득의 어려움을 장기 기증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의사 A씨는 “언론에 보도된 일부 극단적인 사례가 전체 상황을 대표하는 것처럼 확산되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선입견을 주고 현장 의료진의 설득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의사 B씨는 “장기 적출 이후 발생하는 문제가 관련 부서 간 절차상 오류에서 비롯된 경우임에도 뇌사 판정과 기증 동의 과정 등 가장 어려운 단계를 맡는 내과 의료진에게 책임이 집중돼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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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 체감되는 장기기증 관련 현실적 제약 설문./그래픽2=인터엠디
◇본인 참여 의사 높지만 가족 정서 배제 못해
의사들에게 장기기증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들 중 21.7%가 “이미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고 답했으며 50.9%는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기증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27.4%는 “기증 의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기증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의료진들은 개인적인 신념이나 지병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 여부에 영향을 준 큰 요인은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42.8%) ▲임상에서 이식 환자를 치료한 경험(25.6%) ▲뇌사 판정 및 기증 절차에 대한 신뢰(21.2%) 순으로 높았습니다. ‘의료진의 장기 기증 참여율이 일반 국민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답변이 47.9%로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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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장기기증 의향에 대한 설문./그래픽3=인터엠디
의료인으로서 높은 책임 의식을 보이면서도 실제 결정 과정에서는 가족 등 정서적 요인을 고려하는 등 개인의 가치 판단만으로는 결론짓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설문 말미에 마련된 자유 응답란에는 가족과 관련된 고민이 두드러졌습니다. “한국 정서상 가족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사후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남겨질 가족의 몫이라는 점이 걱정된다”, “이미 장기기증 서약을 했지만 가족이 같은 선택을 하려고 하면 망설여질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제도·인식 함께 바뀌어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 물었습니다. 의사들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가족 동의 과정의 부담을 줄이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등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기증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줄이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의료진 교육 강화도 핵심 과제로 꼽혔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공식 도입된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 제도와 관련해서는 ▲사망 판정 기준 명확화 ▲윤리적·법적 기준 정비 ▲의료진 교육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핵심 선결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현장에서 혼선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 
뇌사 상태에서만 장기기증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연명의료 중단 이후 심장이 멈춰 혈액순환이 완전히 정지된 경우에도 기증을 허용. 순환 정지 후 5분이 지난 시점을 사망으로 규정하는 등 엄격한 의료적 기준이 적용됨.


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