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크]
생물학적 성은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쪽 성별이 특히 취약한 질환이 있는가 하면, 같은 약도 성별에 따라 몸속에서의 작용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자폐스펙트럼장애·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지적장애 등 신경발달장애는 남성이 여성보다 유병률이 약 4배 높지만, 류머티스·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은 젊은 여성에서 남성보다 6~9배 흔히 발생한다. 수면제 졸피뎀의 경우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여성의 혈중 약물 농도가 남성보다 약 40%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드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여성의 첫 처방 용량을 남성보다 낮추기도 했다. 졸피뎀은 지방에 잘 흡수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의학·바이오 연구래서 성차의 영향을 비껴갈 리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남인순 국회의원과 조국혁신당 백선희 국회의원 주최로 성차 과학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됐다.
사람이나 동물에서 얻은 데이터로 연구를 시행할 때 남성·수컷이나 여성·암컷 중 한쪽의 데이터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김은하 교수는 “남성·수컷에서 잘 발생하는 대사질환은 남성·수컷만, 여성·암컷에서 잘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여성·암컷만 사용해 연구했을 때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는 편이다”라며 “동물 실험 시 두 성별에 대해 모두 실험하려면 동물 구매·사육 비용이 2배로 증가한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 성별로만 연구를 시행하면 치료제를 만들었을 때 기대한 만큼의 치료 효과가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에서 배제된 성별이, 실제로는 질병 양상과 약의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기 때문이다. 김은하 교수는 “성차를 고려하지 않고 연구하면 약효와 잠재적 독성 그리고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특정 질환이 왜 특정 성별에서만 잘 생기는지 파고드는 것은 질환을 치료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쥐를 이용한 자폐스펙트럼 연구가 한 예다. 임신 도중 모체가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임신 중인 쥐에 감염을 유발해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되는데, 암컷 자손보다 수컷 자손이 자폐 유사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잦다. 김은하 교수팀은 암컷 자손과 수컷 자손의 태반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암컷을 보호하는 태반의 보호 작용을 수컷에서 인위적으로 발현시키면 수컷 자손도 출생 이후 자폐 유사 증상을 보이지 않음도 최근 관찰했다.
이에 여성과 남성의 성차를 고려한 의학·바이오 연구의 필요성이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016년부터 성별 변수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두 성 모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됐다. 김은하 교수는 “두 성별을 모두 고려한 연구를 시행하면 한쪽 성별만으로 연구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국내에서도 성차를 고려한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연구 방식이 보편화되며 성차 고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 올해 3월부터 ‘K-문샷(K-Moonshot)’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AI를 과학 연구 전반에 접목해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2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바이오·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AI 플랫폼 개발사 바이오넥서스 김태형 대표는 “AI가 학습할 데이터에 성차가 구분되어있지 않으면 양질의 AI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차가 구분된 데이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 저장소 SRA에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포함해 약 11만 5361건의 전장 유전체·전사체 관련 데이터가 누적돼있다. 그러나 이중 성별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1.8%에 불과하다. 호모사피엔스(인간) 종에 대해 수집된 데이터 3만 5484건 중에서도 성별이 명시된 것은 2.7%에 불과하다. 국산 데이터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K-문샷 사업 참여 기업들이 AI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로는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학기술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우선 제공된다. 이후 K-문샷 핵심 미션 수요 중심으로 AI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연구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연구데이터법 제정도 병행 추진한다.
김태형 대표는 “데이터 누적 시 어떤 성별과 연령의 사람·동물에서부터 수집된 것인지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연구데이터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의학·바이오 연구래서 성차의 영향을 비껴갈 리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남인순 국회의원과 조국혁신당 백선희 국회의원 주최로 성차 과학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됐다.
사람이나 동물에서 얻은 데이터로 연구를 시행할 때 남성·수컷이나 여성·암컷 중 한쪽의 데이터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김은하 교수는 “남성·수컷에서 잘 발생하는 대사질환은 남성·수컷만, 여성·암컷에서 잘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여성·암컷만 사용해 연구했을 때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는 편이다”라며 “동물 실험 시 두 성별에 대해 모두 실험하려면 동물 구매·사육 비용이 2배로 증가한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 성별로만 연구를 시행하면 치료제를 만들었을 때 기대한 만큼의 치료 효과가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에서 배제된 성별이, 실제로는 질병 양상과 약의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기 때문이다. 김은하 교수는 “성차를 고려하지 않고 연구하면 약효와 잠재적 독성 그리고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특정 질환이 왜 특정 성별에서만 잘 생기는지 파고드는 것은 질환을 치료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쥐를 이용한 자폐스펙트럼 연구가 한 예다. 임신 도중 모체가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임신 중인 쥐에 감염을 유발해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되는데, 암컷 자손보다 수컷 자손이 자폐 유사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잦다. 김은하 교수팀은 암컷 자손과 수컷 자손의 태반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암컷을 보호하는 태반의 보호 작용을 수컷에서 인위적으로 발현시키면 수컷 자손도 출생 이후 자폐 유사 증상을 보이지 않음도 최근 관찰했다.
이에 여성과 남성의 성차를 고려한 의학·바이오 연구의 필요성이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016년부터 성별 변수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두 성 모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됐다. 김은하 교수는 “두 성별을 모두 고려한 연구를 시행하면 한쪽 성별만으로 연구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국내에서도 성차를 고려한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연구 방식이 보편화되며 성차 고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 올해 3월부터 ‘K-문샷(K-Moonshot)’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AI를 과학 연구 전반에 접목해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2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바이오·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AI 플랫폼 개발사 바이오넥서스 김태형 대표는 “AI가 학습할 데이터에 성차가 구분되어있지 않으면 양질의 AI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차가 구분된 데이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 저장소 SRA에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포함해 약 11만 5361건의 전장 유전체·전사체 관련 데이터가 누적돼있다. 그러나 이중 성별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1.8%에 불과하다. 호모사피엔스(인간) 종에 대해 수집된 데이터 3만 5484건 중에서도 성별이 명시된 것은 2.7%에 불과하다. 국산 데이터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K-문샷 사업 참여 기업들이 AI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로는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학기술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우선 제공된다. 이후 K-문샷 핵심 미션 수요 중심으로 AI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연구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연구데이터법 제정도 병행 추진한다.
김태형 대표는 “데이터 누적 시 어떤 성별과 연령의 사람·동물에서부터 수집된 것인지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연구데이터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