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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인 알렉스 카프(58)가 AI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로 기술직 종사자와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을 꼽았다./사진=연합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58)가 AI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로 기술직 종사자와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을 꼽았다.

최근 미국 테크 미디어 TBPN 방송에 출연한 카프는 “미래가 보장되는 사람은 두 부류”라며 “첫째는 직업 훈련을 받은 사람, 둘째는 신경다양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직업 훈련을 받은 사람’은 전기기사, 배관공 등 숙련된 기술 인력을 가리킨다. 신경다양인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 스펙트럼, 난독증 등 뇌의 작동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이어 그는 “낮은 수준의 코딩, 법률 업무, 읽기와 쓰기 같은 정형화된 사무 능력은 AI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며 “다른 방향에서 보고,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카프는 과거 자신 역시 난독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철학은 실제 채용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12월부터 ‘신경다양인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경다양성을 지닌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카프가 주목한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뇌 기능과 인지적 특성이 생물학적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자폐 스펙트럼, ADHD, 난독증 등을 치료가 필요한 결함이나 질병으로 보지 않고, 인류가 가진 자연스러운 변이의 한 형태로 이해한다.

특히 ADHD는 단순한 주의력 결핍이 아닌 독특한 인지 양식을 지닌 특성으로 재해석된다. 여러 자극을 동시에 수용하는 경향이 있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이며, 이는 창의적 문제 해결의 핵심인 확산적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해 강한 몰입력을 발휘하는 점도 복잡한 문제 해결과 혁신의 원천으로 평가된다.

관련 연구도 있다. 국제 학술지 ‘공학 교육 저널(Journal of Engineering Education)’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공학 전공 학부생 60명을 대상으로 ADHD 특성과 학업 성취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ADHD 특성이 강할수록 학점은 낮았지만, 확산적 사고 능력에서는 일반 학생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현재의 공학 교육 시스템이 ADHD 학생들의 창의적 잠재력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특성이 모든 ADHD 환자에게 동일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DHD의 핵심 증상인 실행 기능 저하는 계획 수립, 시간 관리, 과제 마무리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기질적 잠재력이 실제 성취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행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개인적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김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