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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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 그림​
최근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날이 따뜻해졌네요” 혹은 “3월이 중순이 지났는데도 아직 쌀쌀하네요”와 같이 봄을 기다리거나 날씨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시나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듯합니다. 매년 같은 계절을 반복해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그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한 번 환호하고 감탄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도 늘 생동하는 변화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3월이 됐을 뿐 아직 기온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문득 이마에 닿는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고 바람 끝에 묻어나는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아, 이제 봄이구나” 하고 확신합니다. 당장 내일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을까 봐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지요. 보이지 않아도 계절은 성실히 움직이고 있음을 믿기에, 그 시간을 여유 있게 기다려 줍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 몸의 회복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 역시 이 계절의 변화와 참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겪은 뒤, 우리는 종종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조급함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결코 직선적인 속도가 아니라, 입체적인 밀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나뭇가지 끝에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기까지, 나무는 겨울에 깊은 뿌리 아래에서 수분을 끌어올리고 보이지 않는 내실을 다져왔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여도 꽃봉오리 속에서는 수천 번의 세포 분열과 준비가 있었을 것입니다.

조급함 대신 ‘봄의 마음’을
지금 몸의 회복이 더디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꽃봉오리’를 틔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지나는 중일지 모릅니다.

오늘 그림 그리기 과정으로 소개하려는 것은 목련의 꽃봉오리 그리기입니다.


눈이 다 녹지 않았을 때 우리는 입춘을 맞았고,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던 날 경칩을 지나왔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목련은 조용히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화사한 꽃잎은 보이지 않지만, 이미 그 단단한 껍질 안에는 봄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1단계 관찰하기: 솜털이 보송보송한 목련 봉오리를 떠올려 보세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외투를 입은 듯한 그 단단한 생명력을 가만히 응시해 봅니다.

2단계 그리기: 종이 위에 붓이나 펜으로 목련의 봉오리를 그려봅니다. 세밀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상상하며 선을 그어 보세요.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눈을 감고 마음속에 그림 그리는 상상을 해보셔도 좋습니다.)

3단계 인사 건네기: 완성된 그림 속 꽃봉오리에 작은 봄 인사를 건네 보세요. “너도 준비하느라 애쓰고 있구나”, “네가 꽃피우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어”, “곧 만나자, 네 덕분에 아름다운 봄이야”라고 말이죠.

그 봉우리가 환하게 피어나기를 응원하는 마음은 그림 속 꽃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고스란히 닿을 것입니다. 무언가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더라도, 그 안에서 조용히 준비되고 있는 작은 변화를 믿어주는 것. 그 믿음이야말로 우리 몸이 맞이하는 첫 번째 봄의 신호입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피어나는 목련꽃을 저도 함께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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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드림(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