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건국대병원 신현진·오지영 교수
시신경염 치료 늦으면 시력 저하 유발… 실명 위험
다른 질환과 감별 어려워… 안과·신경과 협진 필요
"치료 선택지 늘어나, 조기 치료로 시력 유지할 수 있어"
"주치의와 소통하며 평생 관리… 재발 위험 낮춰야"
시력 저하·눈 통증이 대표 증상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시신경을 보호하는 '미엘린'이 점차 벗겨진다. 전선을 보호하는 피복이 벗겨지는 것과 비슷하다. 시신경염은 재발이 잦은 편인데, 염증 때문에 미엘린이 벗겨지는 일이 반복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손상된 시신경이 잘 재생되지 않아서다.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의심 증상으로는 ▲시력 저하 ▲눈 통증 ▲색각·시야 이상 등이 있다. 시신경 주변에는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밀집해있는데, 시선을 옮길 때 염증 부위가 자극되면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색각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 빨간색 물체가 탈색되어 분홍빛으로 보일 수 있고, 시야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 '암슬러그리드(격자)'라는 검사 용지를 볼 때 바둑판 무늬가 깨져 보이거나 가려 보일 수 있다. 신현진 교수는 "시신경염뿐 아니라 다른 안질환에서도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어,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고 대처하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 질환 따라 다양한 전신 증상도
눈 말고 다른 곳의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시신경염이 단독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중추신경계 다른 곳에 생긴 염증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경우다. 시신경염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과적 원인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모그항체연관질환 등이다. 셋 다 면역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몸 어느 곳에 염증이 추가로 발생했는지에 따라 동반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뇌 염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반신 마비와 감각 이상, 언어장애 등이 나타나, 24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증상이 악화된다. 이 밖에 경련, 신체 일부 마비, 배뇨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오지영 교수는 "뇌간 염증과 관련 있는 시신경염은 멈추지 않는 딸꾹질이나 복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안과·신경과 협진 통해 정확히 진단
최대한 빨리 시신경염을 확진하려면 안과에서 시야, 색각, 안저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안저검사 기구 중 OCT(빛간섭단층촬영)는 망막과 시신경의 두께를 머리카락 100분의 1 두께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염증 때문에 시신경이 위축되었는지 확인하고, 환자의 시신경 두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차례 관찰하면서 병의 예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현진 교수는 "환자가 아직 이상을 체감하지 못해도 OCT 촬영 결과 시신경 두께가 감소하고 있다면,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 처치에 나선다"고 말했다.
특히 안과와 신경과 협진이 원활하고 검사 옵션이 다양한 병원에 가는 것이 빠른 확진에 유리하다. 안과 검사 결과 시신경염이 의심되면, 신경과에서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시신경척수염과 모그항체연관질환은 질환마다 특이 항체가 있어서, 혈액 검사로 이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면 된다. 오지영 교수는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시신경염이 생긴 경우에는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며 "조영제를 투여한 다음,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 시신경, 뇌, 척수 등에 염증의 흔적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확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잘 관리하면 시력 유지 가능해
검사 결과 시신경염으로 확진되면 일단 정맥 스테로이드 주사를 5일가량 맞게 된다. 그래도 회복되지 않으면 몸에 있는 혈장을 새 혈장으로 바꾸는 '혈장 반환술'을 시행한다. 원인 질환이 있는 시신경염은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도 별도로 필요하다.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모그항체연관질환 모두 다양한 기전의 약제가 있어 치료 선택지가 충분하다. 실제 두 교수가 함께 치료하는 한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경우 치료 초반에는 1년에도 대여섯 번씩 시신경염이 재발했으나, 20여 년간 지속적인 관리 끝에 지금은 시력을 유지하며 6년째 재발 없이 지내고 있다.
오지영 교수는 "반복해서 재발하는 질환들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결국 실명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진단 방법이 다각화되고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시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삶의 질도 챙길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관리하듯, 안과·신경과 주치의와 소통하며 평생 시력을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신경염, 재발 막으려면?]
◇확진 前
이상 증상이 처음 시작된 지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시력 저하 등 후유 증상 없이 회복하고, 향후 재발 위험도 떨어진다. 뒤늦게 치료에 돌입하면 치료를 통해 보전할 시신경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건국대병원은 시신경염 의심 환자가 외래 진료를 예약할 경우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에는 안과나 신경과 진료를 받게 하고, 필요한 협진은 당일 의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진 後
주치의가 권장하는 주기에 따라 안과에 방문해 OCT 검사로 시신경 두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시야 검사로 암점(안 보이는 부분)의 크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신경과에서는 환자가 겉보기에 이상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씩 MRI 촬영을 통해 염증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염증이 조용히 활성화됐을 때 빠른 대처에 나서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