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 침을 자주 흘리는 현상이 수면 장애나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CNN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는 동안 침을 흘리는 현상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과도하게 반복될 경우 건강 이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랜던 듀이카 교수는 “매일 잠에서 깼을 때 베개가 흠뻑 젖어 있다면, 특히 최근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심각한 수면 장애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 질환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수면 중 침 흘림 원인
수면 중 침을 흘리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질환으로, 입을 벌리고 숨을 쉬게 되면서 침이 흘러나올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하룻밤 사이 여러 차례, 심한 경우 수백 번씩 호흡이 멈추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뇌와 심장에 치명적인 산소 부족을 유발해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 식도를 보호하기 위해 침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침 흘림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아침에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입안이 텁텁한 느낌이 든다면, 위산 역류 가능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코막힘 역시 영향을 미친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기, 부비동염 등으로 코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침이 흘러나오기 쉽다. 토마스제퍼슨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닐 호크스타인 교수는 “선천적으로 콧구멍이 매우 좁거나 턱이 뒤로 들어가 있는 사람은 입으로 숨 쉬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며 “비중격 만곡증이나 편도선 비대증으로 불편이 크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만나 수술 여부를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침 흘림이 예고하는 파킨슨병
단순히 입을 벌리고 자는 문제가 아니라 침을 삼키는 기능이 떨어진 경우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층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수면 중 침 흘림이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침이 많이 생성돼서가 아니라 구강 근육 기능 저하로 침을 삼키는 횟수가 줄어들어 입안에 침이 쌓이기 때문이다.
듀이카 교수는 “침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걷도록 했을 때 발을 질질 끌거나 얼굴 표정이 무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파킨슨병이나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얼굴 근육이 경직되고 삼키는 반사가 약해져 침이 입 밖으로 흐르기 쉽다. 걸음이 느려지거나 손 떨림, 표정 감소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SNS 유행 입 테이프, 만능 아니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입을 테이프로 붙이고 자 강제로 코로만 숨을 쉬게 하는, 이른바 ‘입 테이프’ 요법이 숙면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막힘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이 입을 막은 채 잠들 경우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질식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런던보건과학센터 연구팀도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침 흘림은 이갈이, 치아 부정교합 같은 치과 문제나 옆으로 자거나 엎드려 자는 수면 자세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잦다면 수면 자세나 베개 높이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닐 호크스타인 교수는 “침 흘림의 원인은 다양하며, 그중 일부는 무해하지만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다”며 “걱정된다면 먼저 수면 검사를 통해 더 심각한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