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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댄 커피는 아무리 천천히 마셔도 24시간 안에 다 마시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천천히 마시다 보면 하루가 지나도록 잔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 남은 커피를 버리기 아까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꺼내 마시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보관했다가 마셔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까?

◇다른 식품보다 변질 속도 느려
오전에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오후에 이어 마시는 정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는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 샷과 물로만 만들어져 다른 식품보다 변질 속도가 느린 편이다. 원두를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살균 효과가 있어 초기 오염 가능성도 비교적 낮다. 또한 아메리카노는 부패나 산패, 변패가 일어나기 어려운 조건을 갖는다. 세균이 증식하며 단백질이 변질되는 현상을 ‘부패’, 지방이 변질되는 현상을 ‘산패’, 탄수화물이나 기타 성분이 변질되는 것을 ‘변패’라고 한다. 아메리카노에는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게 들어 있어 상할 가능성이 낮다. 여기에 세균이 잘 번식하지 못하는 산성 환경(pH 4.8~6)을 띠는 것도 한 이유다.

◇입 댔다면, 24시간 안에 마셔야
커피에 변질이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요건은 입을 대는 것이다. 침 속 세균이 커피로 옮겨가면 변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뚜껑을 열어 두면 공기 중에 떠다니던 곰팡이 포자가 커피 표면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곰팡이 포자가 자라 눈에 보일 정도로 증식하기까지는 보통 5일 정도가 걸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입을 댄 커피라면 천천히 마시더라도 24시간 이내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가 지나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입을 대지 않았고 뚜껑도 열지 않았다면 상온에서 약 5일 정도 보관해도 된다. 냉장 보관할 경우에는 최소 일주일 정도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빨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위생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커피를 한 번에 다 마시기 어려울 것 같다면 일부를 다른 용기에 미리 나눠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한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씹어 먹는 습관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염된 얼음은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 원인 중 하나인 노로바이러스는 얼음 속에서도 오랜 기간 생존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얼음 속 노로바이러스는 3일이 지나도 99%가 살아 있었고, 17일 후에도 약 45%가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소량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얼음 틀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채 반복 사용하면 리스테리아균이 증식할 가능성도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다.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균이 늘어나면 식중독 위험 역시 커질 수 있다.


유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