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회 탐방]
한국RP협회(실명퇴치운동본부) 최정남 회장 인터뷰
망막색소변성증(RP, Retinitis Pigmentosa)은 망막에서 빛을 수용하는 세포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시력이 서서히 소실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 이른다. 환자마다 증상과 중증도가 다르며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 한국RP협회 최정남(71·경기도 남양주시) 회장을 만나 국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한 때 시력이 1.2였던 그는 51세에 별안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실명 선고를 받았다. 이후 한국RP협회를 이끌며 병에 대해 직접 연구하고 국내 치료제 개발과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언제 어떻게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나?
“2004년에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공이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 이상을 느꼈다. 동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주차를 하다가 기둥이 보이지 않아 차 범퍼를 긁는 일도 생겼다. 대학병원에 내원해 여러 검사를 받은 뒤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다. 결국 실명하게 된다는 말에 의료진에게 ‘왜 눈이 멀게 되냐’고 물었으나 원인도 정확히 모르고 치료 방법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 질환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느꼈다.”
-현재 상태는?
“진행 속도가 다른 환우들에 비해 느린 편이지만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심 시력이 괜찮은 편이라 논문을 읽을 정도였지만, 올해부터는 시야가 더 좁아져 힘들다.”
-환우회 회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의사들조차 질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해외 논문을 찾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RP 관련 최신 논문이나 의학 소식이 나올 때마다 번역해 한국RP협회 카페에 올렸는데 환우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를 계기로 학술이사를 맡게 됐고 2007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았다.”
-지금까지 한국RP협회의 성과는?
“2001년 약 400명의 환우가 모여 출발했는데 지금은 1만명 규모로 커졌다. 가장 큰 성과는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연구 기반을 다진 것이다. 같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가 많다. 국립유전체센터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유전성 망막질환 유전자 분석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1400명 규모의 유전자 데이터 코호트를 구축했다. 덕분에 이후 RP 유전자 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약 개발 연구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눈은 면역반응이 비교적 덜한 ‘면역 특권 기관’이고 외부에서 직접 관찰이 가능해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환자 집단은 다양한 데이터가 모인 하나의 코호트로 신약 개발에 귀중한 원천이 된다. 국내 연구진들과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직접 펀드를 조성해 망막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싱귤래리티 바이오텍’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치료 환경은 어떤가?
-언제 어떻게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나?
“2004년에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공이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 이상을 느꼈다. 동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주차를 하다가 기둥이 보이지 않아 차 범퍼를 긁는 일도 생겼다. 대학병원에 내원해 여러 검사를 받은 뒤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다. 결국 실명하게 된다는 말에 의료진에게 ‘왜 눈이 멀게 되냐’고 물었으나 원인도 정확히 모르고 치료 방법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 질환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느꼈다.”
-현재 상태는?
“진행 속도가 다른 환우들에 비해 느린 편이지만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심 시력이 괜찮은 편이라 논문을 읽을 정도였지만, 올해부터는 시야가 더 좁아져 힘들다.”
-환우회 회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의사들조차 질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해외 논문을 찾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RP 관련 최신 논문이나 의학 소식이 나올 때마다 번역해 한국RP협회 카페에 올렸는데 환우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를 계기로 학술이사를 맡게 됐고 2007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았다.”
-지금까지 한국RP협회의 성과는?
“2001년 약 400명의 환우가 모여 출발했는데 지금은 1만명 규모로 커졌다. 가장 큰 성과는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연구 기반을 다진 것이다. 같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가 많다. 국립유전체센터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유전성 망막질환 유전자 분석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1400명 규모의 유전자 데이터 코호트를 구축했다. 덕분에 이후 RP 유전자 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약 개발 연구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눈은 면역반응이 비교적 덜한 ‘면역 특권 기관’이고 외부에서 직접 관찰이 가능해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환자 집단은 다양한 데이터가 모인 하나의 코호트로 신약 개발에 귀중한 원천이 된다. 국내 연구진들과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직접 펀드를 조성해 망막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싱귤래리티 바이오텍’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치료 환경은 어떤가?
“2017년, 세계 최초 유전성 망막위축 치료제인 럭스터나가 승인돼 전환점을 맞이했다. 치료를 받은 환자 중에는 밤하늘의 별과 구름을 처음 봤다고 울던 사람도 있었다. 다만, 이런 치료는 망막세포가 아직 살아 있는 젊은 시기에 받아야 효과가 크다. 국내에서는 2021년 9월 허가 후, 2024년 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보험 기준이 까다로워 아직 치료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듯 해외에서 이미 치료가 시작된 신약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2~3년 이상 소요되는 게 부지기수다. 환자 입장에서는 그 몇 년 사이에 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제약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유전질환’이라는 명칭에서 비롯된 오해가 많다. 유전질환은 부모에서부터 대물림된다는 ‘유전병’이 아닌 ‘유전자 질환’이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는 약 2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유전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수백, 수천 개의 유전자 변이를 갖고 살아간다. 특정 변이가 부모 양쪽에서 모두 전달될 때만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환자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병을 겪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형제나 가족 중 상당수는 증상이 없이 평생 건강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유전병’이라는 낙인으로 환우들이 불필요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유전질환’이라는 명칭에서 비롯된 오해가 많다. 유전질환은 부모에서부터 대물림된다는 ‘유전병’이 아닌 ‘유전자 질환’이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는 약 2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유전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수백, 수천 개의 유전자 변이를 갖고 살아간다. 특정 변이가 부모 양쪽에서 모두 전달될 때만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환자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병을 겪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형제나 가족 중 상당수는 증상이 없이 평생 건강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유전병’이라는 낙인으로 환우들이 불필요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