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수 1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는 다슬기 국이 등장한다. 극중 광천골 촌장 엄홍도가 유배 중인 단종(이홍위)에게 올린 밥상 메뉴다.
다슬기는 민물고둥의 한 종류로, ‘고둥’으로도 불린다. 고둥은 나선형 껍데기에 사는 연체동물을 일컫는데 다슬기는 그중 깨끗한 강과 계곡에 산다. 단종이 유폐되었던 강원도 영월 동강 특산물이 바로 이 다슬기다.
동의보감 기록에 따르면 다슬기는 반위(番胃), 위통(胃痛) 및 소화불량을 치료한다. ‘반위’는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위가 뒤집히듯 토하는 병증을 뜻한다. ‘위통’은 위가 쑤시고 아픈 통증 증상이다. 또한 혈액을 맑게 하고 뭉친 피를 풀어준다. 성질이 차갑고 독이 없어 눈 충혈·통증을 다스리는 약으로도 사용된다. 유배지까지 내려오는 험난한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였을 단종에게 적절한 음식 처방이었다.
다슬기는 영양학적으로도 탁월하다. 타우린, 아르기닌·메티오닌 같은 아미노산과 단백질, 칼슘을 비롯해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다. 타우린은 간세포를 재생하고 지방간·숙취를 해독하며, 아르기닌과 메티오닌은 암모니아를 배출해 항산화 작용을 돕고 간 기능을 회복시킨다. 단백질이 풍부해 근육 형성에 도움을 주고, 철분은 빈혈 예방과 혈액 순환을 돕는다. 다슬기에 함유된 비타민 A와 B군은 눈 피로와 시력 보호, 에너지 대사를 촉진한다. 셀레늄·아연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엽록소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관과 심혈관 건강에 유익하다.
다만 다슬기는 찬 성질로, 과하게 먹으면 설사·복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위가 약하거나 체했을 땐 피하는 게 좋다. 다슬기는 퓨린 함량도 높아 통풍 환자라면 섭취를 피하거나 제한하는 게 좋다. 퓨린이 대사되며 요산 생성을 높여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다슬기에는 폐디스토마충이라는 기생충이 서식하는데 이것이 폐에 기생해 폐결핵 유사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슬기를 먹을 때는 폐디스토마충을 죽이기 위해 섭씨 7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끓여야 한다. 여기에 마늘과 생강을 넣어 끓이거나 삶은 다슬기를 각종 채소와 섞어 비빔밥으로 먹어도 좋다. 이때 부추를 사용하면 다슬기의 찬 성질을 중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