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90)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인대가 끊어졌나요? 수술을 해야 하나요?"다. 그러나 발목 인대 파열은 이분법으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다. 치료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언제나 '고정'이다.
발목 인대는 찢어져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고정하면 스스로 붙을 수 있는 놀라운 회복력을 가진 조직이다.
반대로, 파열된 상태에서 통증이 좀 가셨다고 계속 움직이면 인대는 팽팽함을 잃고 늘어진 채로 아물거나 회복 자체가 어려워진다. 최근 각종 주사 치료가 빠른 해법처럼 인식되지만, 주사는 어디까지나 회복을 돕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인대 회복의 본질은 화학적 자극이 아니라 물리적 안정성에 있다. 문제는 급성 손상을 가볍게 여길 때 시작된다.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줄었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일상에 복귀하면, 인대가 구조적으로 완전히 결합되지 못한 채 기능적 불안정을 남긴다. 발목을 처음 접질린 환자의 20~30%가 만성 불안정성으로 이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소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다가 운동할 때만 시큰거리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발목이 빠질 것 같은 불안감이 반복된다면 이미 단순 염좌를 넘어 기능 상실의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수술의 기준은 파열의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기능의 상실'이다. 체계적인 보존적 치료와 재활 이후에도 불안정성이 지속돼 일상 활동이나 운동에 제한이 있다면, 해부학적 복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인대 봉합술은 뼈에 금속 앵커를 삽입해 인대를 고정하는 방식이 표준처럼 사용돼 왔다. 비교적 간편하고 익숙한 방법이지만, 나사 위치와 뼈의 상태에 따라 고정력에 한계가 존재한다.
발목 질환에서 또 하나 조용히 진행되는 문제가 연골 손상이다. 발목 연골은 두께가 1㎜ 내외로 얇고 혈관이 없어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 과거에 시행하던 미세천공술은 뼈에 구멍을 내어 섬유연골 생성을 유도했지만, 이는 정상 연골(초자연골)에 비해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마모되는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 재생 치료가 일부 족부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환자 본인의 골수에서 얻은 재생 인자를 농축해 손상 부위에 직접 적용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주사를 놓는 방식이 아니라, 관절 내시경으로 병변을 직접 확인하며 정밀하게 이식한다는 점에서 치료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특히 경험과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선별적으로 시행되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발목이 아플 때는 이미 누적된 이유가 있다. 접질린 뒤 며칠이 지나도 붓기와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치료 후 수개월이 지나도 발목이 덜렁거리는 불안정감이 남는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발목 치료의 목적은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닌, 다시 걷고, 뛰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삶의 역동적 리듬을 회복하는 데 있다. '고정'의 원칙에 진화한 봉합과 재생 치료가 더해질 때 발목은 다시 중심을 잡는다. 발목은 약한 관절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나 함부로 다루기 쉬운 소중한 관절일 뿐이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