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팀, “근거 없는 공포가 치료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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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타이레놀 사용 자제를 권고한 9월 22일 전후 3개월간 미국 응급실 처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부 타이레놀 처방 건수가 10% 감소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 연관성을 주장한 이후 실제 임신부 약물 복용이 급감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발언이 만든 불필요한 공포가 임신부 필수적인 의학적 처치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임신부 타이레놀 처방, 발언 직후 최대 20% 폭락
최근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된 하버드대 제레미 파우스트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레놀 사용 자제를 권고한 9월 22일 전후 3개월간 미국 응급실 처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부 타이레놀 처방 건수가 10% 감소했다.

특히 15~44세 임신부 처방은 연구 초기 16% 줄었으며 3주 차에는 주간 최대 감소 폭인 20%를 기록했다. 반면 임신하지 않은 여성 처방 기록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대통령 발언이 임신부 집단에 집중적인 불안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폐 아동 치료제로 언급한 폴린산 일종인 '류코보린(leucovorin)' 처방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5~17세 아동에 대한 외래 류코보린 처방은 해당 기간 71% 증가했으며 한때 처방률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제레미 파우스트 박사는 "수천 명의 임신부가 근거 없는 두려움에 응급실 처치를 기피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임이 확인됐음에도, 정치적 발언이 보건 신뢰를 무너뜨려 유감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세계 보건 전문 기관들은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아 출산 사이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미 산부인과학회(ACOG)와 산모·태아의학회(SMFM) 등 주요 의학 단체들도 임신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안전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보건당국·전문가 단체 "안전성 확인" 논란 일축
미국발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임신부 사이에서 타이레놀 안전성 논란이 처음 불거졌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는 신속하게 안전성을 확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전 세계적으로 임신부에게 일차 권고되는 해열진통제"라며 "적정 용량을 단기간 사용할 때 태아 발달에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으며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및 산부인과 전문의 단체 또한 성명을 통해 "임신 중 고열을 방치하면 태아 신경계 손상 위험이 더 크다"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현혹돼 필요한 약 복용을 거부하기보다 주치의 처방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