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자몽은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높아 면역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체중 관리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복용 중인 약이 있을 때는 자몽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몽이 약물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몽에는 식물에서 생성되는 2차 대사 산물의 일종인 푸라노쿠마린이 들어있다. 푸라노쿠마린은 약물 대사에 기여하는 CYP3A4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자몽으로 만든 주스도 마찬가지다. 약물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적정 수준보다 높은 농도의 약물이 혈류로 유입되거나 약물이 체내에 지나치게 오래 남아 있어 현기증, 소화불량, 두통 등 각종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세포 내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고혈압 약은 CYP3A4가 대사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니페디핀, 펠로디핀 등이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서 자몽 주스를 마시면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가 200~400%까지 급격하게 올라간다. 자몽 주스 섭취 후 24시간이 지난 뒤 약을 복용해도 혈중 약물 농도의 상승이 나타난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도 자몽과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심바스타틴과 로바스타틴은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가 9~15배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펙소페나딘을 주성분으로 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자몽이 약물 수송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해 약효가 떨어진다. 이외에도 항불안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를 위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는 자몽 섭취를 피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사람마다 장내 CYP3A4 효소 양이 달라 같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자몽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자몽이나 자몽 주스를 자주 섭취한다면 약을 복용하기 전 약품 라벨의 주의사항을 확인하거나,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