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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 치료에 널리 쓰이는 GLP-1 계열 약물이 골다공증과 통풍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만·당뇨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GLP-1 계열 약물이 골다공증과 통풍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앓는 성인 14만6000명의 5년 치 의료 기록을 분석해 GLP-1 계열 약물 복용 군과 비복용 군을 비교했다. 연구를 이끈 펜실베이니아대 정형외과 부교수 존 호네프 박사는 “일부 환자들이 비교적 경미한 외상에도 심각한 힘줄 파열을 보이는 사례를 계기로, GLP-1 계열 약물이 뼈와 다른 결합 조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GLP-1 사용자의 약 4%에서 골다공증이 발생한 반면 비사용자는 3% 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약 30% 높은 수치다. 특히 뼈가 연해지는 골연화증 위험은 복용군에서 약 2배 더 많이 발생했으며, 통풍 발생률 역시 복용군에서 약 12% 높게 나타났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는 질환으로, 고령층이나 단기간에 급격히 체중이 감소한 사람에게서 위험이 크다. 통풍은 체내 요산이 과다 축적돼 관절에 염증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주로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에 발생한다. 붉은 고기와 알코올 과다 섭취뿐 아니라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도 일시적으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GLP-1 계열 약물이 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인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영양 섭취 감소다. GLP-1 계열 약물의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로 인해 뼈 생성에 필수적인 비타민D, 칼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지목된 원인은 물리적 하중 변화에 따른 골 대사 변화다. 호네프 교수는 “우주비행사가 무중력 상태에서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며 “무거운 체중을 지탱하던 뼈가 갑자기 가벼워진 몸에 적응하며 골세포 형성이 둔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의약품의 제품 설명서에 고령층과 여성에서 골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약물 자체의 영향과 급격한 체중 감소 효과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체중 감량 클리닉을 운영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맥고완 박사는 외신 NBC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위험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환자들이 무력한 것은 아니다”며 “구조화된 운동을 병행하면 골밀도 감소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진행됐으며, 호네프 교수 역시 GLP-1 계열 약물이 뼈 건강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정형외과학회 연례 회의에서 지난 2일 발표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