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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70대 남성이 음료수병에 보관돼 있던 등유를 물로 오인해 마신 뒤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가 보고됐다.
일본 시마네현립중앙병원 호흡기내과 의료진에 따르면 73세 남성은 밭에서 소각 작업을 하던 중 페트병에 담아둔 등유를 식수로 오인해 마셨다. 그는 곧바로 이를 뱉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등유가 기도로 흡인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직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다음 날부터 극심한 피로감과 빈호흡, 구토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입원 당시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90%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양쪽 폐 하엽에 광범위한 염증 소견이 확인됐다. 입원 7일째에는 염증이 있던 폐 부위가 괴사하면서 내부에 액체와 공기가 찬 공동이 여러 개 형성됐다. 의료진은 등유가 폐포와 기관지 점막을 직접 손상시키면서 조직 괴사와 폐 탄성 구조 파괴를 유발했고, 이로 인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체크 밸브’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입원 3주째에는 폐 일부가 수축하고 흉수까지 동반되면서 상태가 악화했다. 그러나 40일이 넘는 집중 치료 끝에 전반적인 상태가 점차 호전됐고, 입원 43일째에는 재활 치료를 위해 전원됐다. 퇴원 두 달 후 시행한 추적 검사에서는 폐 병변이 거의 완전히 소실됐으며, 호흡기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
등유는 원유를 증류할 때 추출되는 무색 또는 옅은 노란색의 액체 연료다. 주로 가정용 난방이나 항공기(제트기) 연료 등으로 사용된다. 의료진에 따르면 등유가 위장관에 머무르는 경우 전신 독성은 비교적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흡인이다. 소량이라도 기도로 들어가면 심각한 화학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석유 제품을 삼켰을 때 억지로 토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구토 과정에서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폐 손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환자 역시 사고 직후 발생한 자발적 구토 과정에서 흡인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료진은 “등유 흡인은 성인에서는 드문 사례지만, 소량이라도 심각한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위험 물질을 음료수 병 등에 보관하는 행위는 성인에게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큐레우스’ 저널에 지난 27일 게재됐다.